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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대외 관계에서 한국의 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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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3. 09. 03. 17:55

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주필
한국은 아직 개혁·개선해야 할 점들도 많지만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선진국화 과정은 다른 나라들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선진국으로 인정되고 있는 다른 나라들은 대체로 식민 착취와 전쟁의 수행을 통해서 그렇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은 거꾸로 피식민 착취와 전쟁의 참화와 지독한 가난을 겪고서 60여 년 만에 자력으로 산업화, 민주화, 군사강국화, 문화대국화를 달성하고 선진국으로 부상했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한국은 대외 관계에서 타 선진국과는 다른 다음과 같은 유리한 점이 있다.

첫째, 한국은 이웃나라나 이민족을 침략한 어두운 역사에서 자유롭다. 한국은 고조선 이래로 이웃국가나 이민족으로부터 침략은 무수히 받았으나 우리가 먼저 침략한 역사는 거의 없다. 고구려 때 더러 침략이 있었으나 그것은 대체로 고조선의 고토 회복을 위한 것이었을 뿐이다. 신라 이후에는 이민족에 대한 침략이 아예 없다. 이런 이유로 한국의 경제적, 군사적 부상이나 한류의 세계화에 대한 외국인의 거부감이 적다고 할 수 있다.

둘째, 한국에 유리해진 한국의 지정학적 상황이다. 한국이 약소국이었던 때는 한국의 지정학은 한국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했다. 그때 한국은 강대국들의 각축장이었다. 그러나 세계10위권에 드는 경제력과 6위 국방력의 하드 파워를 가지고 있는 지금 한국은 오히려 강대국들의 구애의 대상이 되고 있다. 패권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러시아는 극동 개발을 위해, 일본은 중국과 북한의 견제를 위해 한국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셋째, 한국은 현대에 식민 착취, 전쟁, 가난, 외국 원조를 체험했다. 따라서 가난한 나라들의 어려움,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 그들을 도울 방법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한국은 피원조국에서 원조국으로 위상이 바뀐 이래로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빈국 원조를 하고 있다. 한국은 '한국국제협력단(KOIKA)'를 설립하여 우리의 개발 경험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빈국을 돕기 위한 봉사자를 파견하는 등 해외 봉사자도 가장 많이 파견하는 나라가 되었다.
넷째, 한국은 하드 파워에서뿐만 아니라 소프트 파워에서도 강국이다. 한국은 인권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확고한 민주주의를 확립한 데다, 디지털 인프라와 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한류라는 대중문화를 세계화시킨 문화 대국인 것이다. 한국의 세계적 브랜드, 민주주의, 한류는 한국과 한국인의 이미지를 높인다. 그래서 많은 외국의 젊은이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으로 유학이나 관광 여행을 오고, 한국 제품을 선호한다.

다섯째, 한국 전쟁 참여 국가와의 각별한 외교 관계다. 한국전에 전투 부대를 파견한 국가는 16개국, 의료지원국은 6개국이다. 한국 참전 용사들과 그 가족들은 자기들이 참전한 덕에 공산화하지 않고 선진국으로 발전한 한국에 대해서 각별할 수밖에 없다. 또 매년 11월 11일 오전 11시에 참전국 대표와 유가족, 주한 외교사절, 참전국 장병 등이 함께 부산의 유엔 기념 공원을 향해 묵념하는 '유엔 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행사를 통해 우의를 다진다.

여섯째, 우리에게는 해외 교포가 800만 명이나 된다. 전 세계의 큰 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작은 나라도 한국 교민이 없는 나라가 거의 없다. 일제 강점기 때 많은 한국인들이 일제의 탄압과 착취를 피해 해외로 이주한 때문이다. 그분들은 한국인 특유의 근면과 억척같은 노력으로 이민 사회에 정착하여 그 사회의 평도 좋다. 따라서 이들은 우리의 국제 관계에서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잠재적 외교 자산이다.

이들 유리한 점들은 거의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장점들이다. 더구나 이들 장점은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것도 아니고 역사적으로, 또는 열심히 노력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들이다. 과거에는 시련인 것도 있으나 오늘날에는 이들 모두 축복이라 할 수 있다. 이들 이점들은 그 자체로도 우리의 국제 관계에 플러스 요인이다. 우리는 이러한 자연스런 이점들을 우리의 대외 관계에서 보다 더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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