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황남준 칼럼] D-공포의 중국, 과감한 개혁 없인 위기 극복 없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files.asiatoday.co.kr/kn/view.php?key=20230829010015760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3. 08. 29. 18:11

황남준
황남준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인 구이저우성. 인구 4000만명, 해발고도가 평균 1000m에 달하는 고원지대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중국의 절반을 약간 넘는 7200달러에 불과하다. 구이저우 지방정부가 최근 십수년간 공항과 다리 등 인프라에 투자한 결과 공항만 중국 4대도시 합계보다 많은 11개, 다리는 1700개 이상 짓고 있다. 최근 재정난으로 여기저기 공사가 중단된 곳이 널려있다. 구이저우성은 과도한 인프라 투자로 3380억 달러, 우리 돈 500조원 넘는 미지급 채무가 발생, 지난 4월 재정난으로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12개성 정도가 이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한다.

#비구이위안 사태에서 드러난 중국 부동산 위기는 심각하다 못해 처참하다. 중국 남서재경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중국 도시 아파트의 약 20%, 최소 1억3000만 가구가 비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주로 지방의 중소 3, 4선 도시에 있다. 골드만삭스는 '그림자 금융' 등 숨겨진 부채를 포함해 지방정부의 총부채가 23조 달러(3경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 부동산 업체 헝다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헝다자동차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중국 경제지 차이신에 따르면 헝다자동차는 상반기 68억7300만 위안(1조 2488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불과 1억5500만위안(281억6000만원)에 그쳤다. 헝다자동차의 상하이·광저우 공장은 조업을 중단했고 헝츠5 차종만 톈진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는 최근 중국에서만 볼 수 있는 대표적 풍광들이다. 과잉 인프라 및 아파트 건설, 부동산 기업의 자동차·반도체 등 신성장산업에 대한 문어발식 확장 등이 중국경제 부실의 핵심적인 구조이다.

지난 40여 년간 중국 경제의 성공 신화가 부동산발 위기로 무너지고 있다. 중국경제의 70%를 차지하는 내수시장 침체가 주원인이다. 내수시장의 중심에 부동산 관련산업(건설, 철강, 전자산업)이 있다. 정부는 천문학적인 부동산 및 건설투자를 경제성장 중심축으로 삼았다. 부도 위기의 비구이위안, 헝다 등 건설업체는 아파트 건설로 벌어들인 이익을 인프라 건설, 자동차·반도체 등 신성장산업에 문어발식 확장을 서슴지 않았다. 중국 경제성장의 중심축에 부동산 건설업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부동산 과잉투자와 경기침체 및 소득감소에 따른 자산 가격 하락은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 매입으로 은행 빚을 진 개인들은 소비를 삼가고 부채 갚는 데 열심이다. 수출과 내수가 얼어붙자 민간기업들은 투자를 삼가고 있다. 초대형 인프라 투자나 아파트 건설,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산업 등에 보조금을 풀어 경기를 살렸던 정부도 막대한 부채 탓에 과감한 재정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최종 소비 부문의 성장 기여도는 77.2%. 내수시장에서 부동산과 건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 소비·투자 심리가 회복되기 힘들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중국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중국이 D(deflation) 공포로 전율하고 있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소비 부진과 부동산 위기가 겹친 중국 경제에서는 정반대로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다. 오랜 기간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해온 중국이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는 위기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지난 7월 마이너스 4.4%를,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마이너스 0.3%를 각각 기록했다. 고성장 국가인 중국에서 마이너스 물가는 괴상한 현상이다. 극도의 비상상황이 아닐 수 없다. 경기순환의 문제도 있지만 구조적 요인까지 가세해서 경제가 급전직하 추락하고 있다.

이번 물가 하락세는 글로벌 수요 둔화와 내수 부진이 겹쳐 나타난 현상이다. 지방정부가 빚더미에 앉아 있어 재정 확대 정책도 한계가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CPI와 PPI 동반 하락이 디플레이션 진입의 신호라고 분석했다.

일단 디플레 소용돌이(deflationary spiral)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가 어렵다. 물가가 더 떨어질 것 같으면 소비를 뒤로 미룬다. 소비가 둔화되면 기업은 이익이 줄고 투자를 안 하고, 고용이 침체되면 소득 여력이 없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그렇게 장기화됐다. 올가미에 걸린 것이다. 빨리 빠져나오려고 서두르다가는 더 깊이 빠질 수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 디플레이션은 단순히 경제내적인 요인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 고유의 장기·구조적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 인구·통계적 요인, 국진민퇴·공동부유 등 '시진핑 리스크', 미·중 기술패권전쟁, 대만해협 군사적 갈등 등이 그런 구조적 요인들이다. 그래서 대다수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장 중심적이고 시급한 것이 부동산 시장 회복이다. 중국이 자산 가격 회복에 실패하면 중국은, 가능성은 낮지만, 부동산 거품이 꺼져 금융위기로 번질 수도 있다. 리처드 쿠 노무라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책 결정권자들이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자산 가격을 회복시키지 못하면 불황 탈출이 어려워 중국은 L자형의 장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030년 이후 2%대 성장에 그칠지 모른다.

디플레이션이 단순한 경기순환상의 문제라면 부동산 규제완화, 금리인하 등으로 극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중국이 쇠락의 길로 가지 않고 위기를 헤쳐 나가려면 과감한 개혁과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다. 단순한 부양책은 미봉책일 뿐이다.

중국이 자본·기술주도 초기 산업단계에서 벗어나려면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활성화해 안티차이나 흐름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더 이상 기술탈취나 무임승차는 통할 수 없다. 인구가 감소하는 마당에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고부가가치 첨단기술산업 위주로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국유 기업을 개혁해야 한다. 그러나 미·중 패권 경쟁과 시진핑 1인 독재 체제가 지속된다면 이런 개혁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중국 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