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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칼럼] 지구 보일링(boi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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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3. 08. 28. 18:21

이경욱 대기자
이경욱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오래전 호주에서 지낼 때 눈에 띄는 기사를 읽었다. 단독주택·아파트 등 주거용 신축주택 규모가 세계 최대인 나라가 바로 호주라는 내용이었다. 2008년 기준 주거용 신축주택 규모는 평균 215㎡(65.1평)로 10년 사이 10%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이전까지 세계 최고의 지위를 누렸던 미국의 주거용 신축주택 규모 순위가 2위로 밀려나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주거용 신축주택 규모는 당시 202㎡(61.2평)로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이전에 비해 10㎡(3.0평) 감소했다. 그래서 주거용 신축주택 규모 세계 최대 국가로 호주가 부상했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시드니의 신축 단독주택 규모는 263㎡(79.6평)로 1인당 100㎡(30.0평)에 달했다. 선진국인 두 나라의 주택 규모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최근 하와이 마우이섬을 덮친 산불로 그 지역이 쑥대밭이 된 모습을 외신을 통해 접했다. 그중 눈에 뜨인 장면은 100년 된 주택이 이웃 주택과 달리 불에 전혀 타지 않은 모습이었다. 왜 불에 타지 않았느냐보다는 주택의 규모가 제법 큼직해 눈길이 갔다.

'음식물 쓰레기와 전쟁'을 벌여온 미 뉴욕시는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를 의무화하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법안을 최근 가결했다. 뉴욕 사람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지 않고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린다. 뉴욕시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중 20%는 매립지에 묻힌 음식물 쓰레기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분리수거한 음식물 쓰레기를 비료로 만드는 등 재활용해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우리나라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벤치마킹했다고 해 관심을 끌었다.

유달리 올해 여름 지구촌에서는 폭염과 폭우 등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가 기승을 부렸다.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는 캐나다·스페인·그리스 산불, 비 한 방울 오지 않는 미 캘리포니아 데스밸리의 폭염과 폭우…. 신속하게 전해지는 세계 곳곳의 이상기후를 수시로 접하면서 지구촌 사람들은 은연중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선진국의 과도한 주택 크기와 음식물 쓰레기 매립, 무분별한 재활용품 처리가 서로 얽히고 얽혀 지구 온난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두 걱정하고 있다.
주택 면적이 넓어질수록 냉·난방비가 증가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탄소배출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마구잡이식으로 내다버리는 쓰레기들은 소각이나 매립 과정을 거치면서 탄소배출의 주범이 되고 있지 않은가. 이제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은밀하게 내다버리는 쓰레기와 절체절명의 승부를 벌이지 않으면 안 될 순간이 왔다.

오죽하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대신 '지구 보일링(Global Boiling)'이라는 섬뜩한 신조어를 내놓고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을까. 개인의 욕망이 뒷받침되고 있는 주택과 쓰레기가 지구 보일링과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올해 초 한국을 방문했던 미 워싱턴DC 거주 한 지인은 미 50개 주 대부분이 분리수거나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고 개탄했다. 한국에서 분리수거 모습을 지켜보고 반성하게 됐다고 했다. 쓰레기 처리에 관심을 두는 주가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미국인들은 아무런 생각 없이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지구 온난화에서 지구 보일링으로 얼마나 빨리 옮겨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주택 규모를 줄이는 노력에서부터 쓰레기의 효율적인 처리, 차량 배기가스 감축 등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모두가 애써야 한다. 쓰레기 분리수거나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국가들을 돕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나 몰라라 한다면 지구 보일링을 막을 묘안은 없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의 "기후 행동은 사치(Luxury)가 아니라 필수(Must)다"라는 말이 귓전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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