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5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한 BNK경남은행과 관련해 이같은 발언을 내놓았다. 각 은행권이 내부통제 시스템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도 직원 개개인이 허위·지연 보고를 일삼으면 완전히 걸러내기 어렵다는 의미다. 임직원 수가 많게는 만 명에 달하는 은행권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개인 일탈 행위로만 간주하기엔 사태가 심각하다.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서 부장급 직원 A씨가 횡령·유용한 금액은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562억원이다. 올해 상반기 경남은행의 당기순이익(1613억원)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를 혼자 빼돌린 것이다. 게다가 A씨가 지난 2007년부터 약 15년간 횡령 범죄를 저지를 때 경남은행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A씨가 장기간 횡령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깔려 있다. A씨는 자금인출 요청서 심사, 계좌 관리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를 혼자 담당했을 뿐 아니라 순환근무 원칙에서도 제외됐다. 은행의 방조가 A씨의 대담한 행동으로 이어진 셈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해 '7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한 우리은행에서는 올해도 7만 달러(약 9000만원) 횡령 사고가 터졌다. 횡령 사고는 아니지만 KB국민은행의 미공개정보 이용, DGB대구은행의 불법 계좌 개설 등의 금융사고도 올해 발생했다.
은행의 존재 기반은 '고객 신뢰'다. 일면식도 없는 은행 직원에게 거액의 돈을 맡기는 이유도 내 돈을 허투루 쓰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은행·당국은 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을 만큼 철저한 감시 체제를 구축하길 바란다. 금감원은 은행의 허위·지연 보고를 사전에 차단하고, 은행권은 내부적으로 '무관용 원칙'을 수립하는 등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