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셴코, 카자흐 전 대통령과 통화하며 현 정부 '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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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일간 프레스지는 26일(현지시간) 루카센코 대통령이 전날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고 벨라루스 대통령실 공보실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루카센코가 현직 대통령인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가 아닌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것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카자흐스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국과의 관계를 포함한 외교정책의 결정은 현직 대통령의 권한"이라며 "양국 관계는 현직 대통령들 사이에서만 논의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는 말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바그너그룹이 무장반란을 일으킨 지난 24일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가진 토카예프 대통령이 "현재 진행 중인 일련의 사건(무장반란)은 러시아 내부의 문제"라며 거리를 둔 것에 대해 루카센코 대통령이 조롱을 한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우라즈갈 셀테에예프 정치평론가는 "지난해 개헌을 통해 7년 단임제를 도입하는 등 민주적 개혁과 새로운 외교 정책(탈러시아화·중립외교)을 지향하는 토카예프와 푸틴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루카셴코는 개념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며 "이번 해프닝은 루카셴코의 카자흐스탄 전체 지도부에 대한 루카센코의 의도적인 트롤링(조롱)"이라고 분석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옛 소련 시절인 1989년 카자흐스탄 공산당 최고통치자인 제1서기(서기장)직에 올라 1991년 소련 붕괴 이후부터 2019년 자진 사임할 때까지 약 30년간 대통령직을 역임한 바 있다. 특히 그는 1994년에 집권해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 불리며 오늘날까지 집권 중인 루카셴코 초대 대통령과 함께 재임기간 동안 유라시아경제연합, 상하이 협력기구 및 CSTO(구 소련 집단안보기구) 창설 등 러시아 중심의 유라시아 질서 설립에 앞장서면서 푸틴 대통령과도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