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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정산성은 성벽 둘레가 18.8km가 넘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 산성이다. 탐방 코스도 다양하다. 어떻게 구경할까. 현지 해설사는 동문에서 출발해 3망루와 4망루로 이어지는 코스를 추천한다. 완만한 숲길, 가파른 암벽이 어우러져 '걷는 맛'이 난단다. 약 1시간 30분 거리. 아이와 함께라면 케이블카가 적당하다. 금강공원에서 금정산 등성이까지 케이블카가 운행한다. 상부정류장에서 남문까지 완만한 흙길이라 걷기에 부담이 적다. 등산 좋아하는 이들은 금정산 최고봉(고당봉)까지 올라 '금샘'을 본다. 황금빛 물고기가 하늘에서 내려와 놀다 갔다는 전설이 깃든 샘이다. 실제로는 빗물이 고인 것인데 안개의 영향으로 웬만해선 마르지 않는단다. 금정산성에선 낙동강 하구와 동래 일대가 시원스레 눈에 들어온다.
금정산성을 거닌 사람들은 금정산성마을에 들러 금정산성막걸리로 목을 축인다. 금정산성막걸리는 우리나라 민속주 1호. 지금도 500년 전 방식 그대로 빚어 만든다. 금정산성과 인접한 동래온천도 찾아간다. 여긴 신라 시대부터 이름을 알렸고 일제강점기에 본격 개발돼 호황을 누린 유서 깊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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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 남한산성은 고단하고 비통한 역사의 무대다. 병자호란(1636~1637) 당시 조선의 왕이었던 인조가 청나라 군대를 피해 이곳으로 와 47일을 버텼다. 결국 삼전도(지금의 서울 송파구 삼전동)로 나아가 청 태종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항복했다.
지금은 한나절 머리 식히면서 산책삼아 걷겠다고 찾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부속 시설 포함한 성벽 둘레가 약 12.4km, 탐방로는 5개 코스로 나뉜다. 이 가운데 1코스가 인기. 산성로터리에서 출발해 북문, 서문, 수어장대, 영춘정, 남문을 지나 회귀한다. 약 3.8km로 1시간 20분쯤 걸린다. 여름에는 뙤약볕이 사그라드는 늦은 오후에 가서 해넘이와 도시의 야경을 구경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1코스에 포함된 서문 일대는 이름난 수도권 야경 포인트. 서문전망대에선 서울 롯데월드타워와 잠실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서문은 인조가 항복하러 삼전도로 향할 때 나선 문이다.
수어장대와 행궁은 기억하자. 장대는 군사 지휘와 관측을 목적으로 지은 건물. 남한산성에는 5곳이 있었고 이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곳이 수어장대다. 행궁은 왕이 임시로 거처하는 도성 밖 궁궐이다. 병자호란 때 인조가 거처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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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 상당산성은 조선 시대 군사적 요충지로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호서 지방을 지켜준 소중한 보루이자 요새였다. 여기도 풍광이 좋다. 상당산성에선 상당산의 수려한 산세와 청주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걷기에 거리도 적당하다. 산성 일주 코스가 약 4km. 저수지에서 출발해 남문을 지나 서남암문과 서문, 동북암문, 동문, 동장대를 거쳐 다시 저수지로 내려오는 원점 회귀 코스다. 능선 성곽 따라 걷는 동안 성문 3개와 암문 2개, 치성과 수구 3곳이 나온다. 하이라이트는 정상부에 해당하는 남문-서문 구간. 청주, 청원 일대의 산야와 미호평야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청주에서 가장 큰 저수지를 품은 명암유원지, 청주 감성 여행 1번지 수암골벽화마을, 건축가 고 김수근이 설계한 국립청주박물관 등과 연계하면 알찬 여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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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 가림성은 성흥산성으로 더 잘 알려졌다. 게다가 2~3년 전부터 '사랑나무'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사랑나무'는 산성 꼭대기에 우뚝 선 아름드리 느티나무(가림성 느티나무)다. 높이 22m, 가슴 높이의 지름이 약 5.4m에 이르는 수령 400년 남짓의 고목이다.
'사랑나무'라는 별칭은 독특한 수형 때문에 붙었다. 오르쪽 가지 하나가 하트를 절반으로 쪼갠 모양으로 뻗었다. 사진을 촬영한 후 데칼코마니처럼 돌려서 붙이면 온전한 하트가 된다. 해질 무렵 사진은 더 몽환적이다. 이렇게 찍은 사진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라오면서 입소문이 났다. '노을맛집' '인생사진' 명소로 뜬 이유다. 드라마에도 숱하게 등장했다. '대왕세종' '대풍수' '호텔델루나' 등이 대표적이다. '사랑나무' 아래로 보이는 전망도 좋다. 매끄럽게 흐르는 금강, 논산, 강경, 서천, 전북 익산 일대가 한눈에 보인다. 성곽따라 걷기에도 부담없다. '사랑나무'에서 출발해 유금필 사당을 거쳐 원점 회귀하는 코스는 약 1.2km, 게으름 부려도 약 40분이면 완주한다.
가림성은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유적이다. 백제 때 축조된 산성 중에서 유일하게 축성 연대를 알 수 있어서다. '삼국사기'에 "501년(동성왕 23년) 위사좌평 백가가 가림성을 쌓았다"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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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 미륵산성은 둘레 약 1.8km. 익산 지역의 11개 성곽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축성 시기가 정확하지 않다. 통일신라 이후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문헌에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고조선 기준왕이 쌓아서 기준성으로 불렸다는 기록이 전하는 것이 흥미롭다. 미륵산의 옛 이름이 용화산이어서 용화산성으로도 불렸다. 주변에 다른 산성이 많다. 북쪽으로 낭산산성, 동쪽으로 용화산성과 선인봉산성, 남쪽으로 익산 토성과 금마도토성이 미륵산성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다. 고도가 가장 높은 미륵산성에서는 주변의 성곽이 전부 눈에 들어온다.
정문 격인 동문지에서 미륵산 정상에 닿는 길은 세 갈래다. 정상에 서면 익산이 우리나라 4대 고도(古都)로 지정된 이유를 알게 된다. 지리적 요충지다. 남동쪽으로 서동공원과 한반도 모양의 금마저수지가 보이고 맑은 날에는 북쪽으로 논산과 부여, 서쪽의 금강, 남쪽으로 전북 김제와 전주까지 눈에 들어온다. 베네스다기도원 옆 미륵산성 주차장에서 출발하면 동문지까지 1km 남짓, 약 15분이면 도착한다. 굵은 참나무가 등산로를 호위하듯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