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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선 굳이 목적지를 정하지 않아도 된다. 해안도로를 따라 돌기만해도 눈이 호강한다. 그래도 굳이 하나를 꼽자면 삼동면 물건리와 미조면 미조리를 잇는 약 15km의 물미해안도로를 들 수 있다. 남해 드라이브 여행1번지로 통하는 곳. 가파른 절벽과 바다, 들쑥날쑥한 해안선, 고즈넉한 포구가 이 길에서 어우러진다. 초전몽돌해변, 항도몽돌해변, 남해보물섬전망대도 나온다.
미조리는 미조항이 잘 알려졌다. 남해에서도 예쁜 포구로 꼽히는 곳이다. 특히 봄에는 멸치잡이, 가을에는 갈치잡이로 분주하다. 미조항음식특구에는 멸치갈치세트를 대표 먹거리로 내세운 식당이 여럿이다. 해풍을 막기 위해 조성한 상록수림도 있고 방파제와 등대로 이어지는 해상산책로도 조성됐다.
물건리에서는 물건리 방조어부림이 유명하다. 해변을 따라 폭 30m의 숲이 약 1.5km나 뻗었다. 태풍, 해일 등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이 조성한 방풍림인데 300년이 넘었단다. 팽나무, 푸조나무,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후박나무 등이 울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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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정선 신동읍 예미리 연포마을에 연포분교캠프장이 있다. 예미초등학교 연포분교는 1969년 개교해 169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1999년 폐교했다. 오래 전에는 배우 차승원 주연의 영화 '선생 김봉두'(2003)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탔던 곳. 캠핑장이 된 요즘은 캠퍼들 사이에서 오지 캠핑 스폿으로 입소문 타고 있다. 과거에는 줄배를 타고 동강을 건너야 들어갈 수 있었다. 다리가 놓인 요즘은 자동차가 간다.
예미리 예미역에서 연포마을까지 가는 길은 풍경이 천연하다. 사람 손이 덜 탄 덕이다. 산촌마을의 소박한 정서와 무구한 자연이 이 길에 뿌려져 있다. 길은 연포마을 사람들이 장에 갈때 넘었다는 물레재를 넘고 동강 일대 최고봉인 백운산도 보여준다. 이러니 알음알음으로 찾아와 이 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게다가 연포분교캠프장이 있는 연포마을은 하룻밤에 달이 세 번 고개를 내미는 '신비한' 마을이다. '칼봉' '둥근봉' '큰봉' 등 세 봉우리에 가렸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달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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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아라뱃길은 서해와 한강을 잇는 뱃길이다. 서울에서 경기 김포를 거쳐 인천 정서진을 잇는다. 사람들은 유람선을 타고 강바람을 가르며 봄을 만끽한다. 물길 양 옆에는 정서진로, 아라로가 나란히 달린다. 그런데 이 강변도로에서 자동차나 자전거로 드라이브를 즐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경인아라뱃길이 로맨틱한 뱃길이라면 정서진로, 아라로는 숨통 확 트이는 수도권 드라이브 코스인 셈. 자동차를 멈추고 쉬었다 갈 공원이 많고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아라마루전망대, 국내 최대 인공 폭포인 아라폭포같은 볼거리도 많다.
백미는 정서진광장의 해넘이다. 서울 경복궁 광화문을 기준으로 정서쪽에 위치한 나루터가 정서진이다. 이곳 해넘이는 강원도 강릉 정동진의 해돋이에 맞먹는 감흥을 선사한다. 망망한 바다와 올망졸망한 섬들, 광활한 갯벌과 웅장한 영종대교가 어우러져 지루할 겨를 없는 '그림'을 만든다.
광장에는 노을과 관련한 볼거리도 많다. 조약돌을 본뜬 '노을종'은 '인증샷' 포인트. 고(故) 이어령 선생이 이름을 붙였다. 작은 도자기 종이 매달린 '사랑의 노을벽' '낭만의 노을벽' 같은 조형물도 있고 세계 각국의 아름다운 노을 사진도 선보인다.
광장 들머리의 아라타워전망대도 해넘이 관람 포인트. 여기선 영종도, 인천대교, 경인아라뱃길은 물론 청라국제도시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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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과 강원도 강릉을 잇는 국도35호선은 세계적인 여행 정보서 '미슐랭 그린 가이드'가 일찌감치 '별' 하나를 부여한 길이다. 특히 경북 봉화 법전면에서 명호면에 이르는 구간은 풍경이 빼어나다. 낙동강, 황우산, 만리산, 청량산 등이 주거니 받거니 열어놓은 여로를 따라 달리면 숨가쁜 일상이 절로 잊힌다. 범바위전망대는 낙동강을 조망하기에 안성맞춤. 낙동강시발점테마공원과 '예던길 선유교'는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산책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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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티재(430m)는 보은 장안면 장재리와 속리산면 갈목리를 연결하는 고개다. 자동차 길이 개설된 건 1924년. 도로 폭을 확장해 지금 모습의 원형을 갖춘 것이 1960년대다. 2003년 터널이 뚫리기까지 속리산과 천년고찰 법주사로 향하는 사람들은 여길 넘어야 했다.
열두 굽이 고갯길이 말티재를 타고 넘는다. 고개 아래 장재저수지에서 정상까지 이어진 약 1.5km의 이 길 자체가 볼거리. 특히 신록 화사한 봄에 더욱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쉬엄쉬엄 자동차를 몰며 풍경을 구경하려는 이들에게는 이 길이 제법 재미있는 드라이브 코스다.
정상부에는 백두대간속리산관문이 있다. 2층 전망대에는 말티재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포인트. 숲이 우거진 '말티재꼬부랑길'이 전망대에서 시작한다. 게르음부리며 산책하기 적당하다. 말티재전망대에서 자동차로 10분이면 천년고찰 법주사에 닿는다. 스카이바이크와 스카이트레일, 집라인, 모노레일을 갖춘 속리산테마파크도 여기서 가깝다.
말티재에는 역사가 켜켜이 쌓였다. 고려 태조 왕건이 말을 타고 속리산에 오르기 위해 박석을 깔아 길을 만들었다고 전한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왕이 되기 전 법주사 말사 상환암에서 백일기도를 올리기 위해 이 험준한 고개를 넘었다. 조선 세조는 수양대군 시절부터 스승이던 신미대사를 만나기 위해 이 길을 넘어 법주사로 향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