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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일간 자꼰지는 카나트 무신 법무부 장관이 성명을 통해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면책특권 박탈을 골자로 한 입법 계획이 막바지에 이르렀으며 계획대로 연말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무신 장관은 "이른바 '엘바싀' 법안으로 불리는 초대 대통령 특별법(면책특권) 관련 규범만 20개 이상이 있어 국회 입법 과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엘바싀 법안은 개별법안을 개정하는 것이 아닌 종합적이고 전반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예르란 사이로프 카자흐스탄 하원 대변인은 "현재 특별위원회에서 작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엘바싀 법안을 무력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연말까지 엘바싀 법안의 법적 효력을 박탈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은 옛 소련 시절인 1989년 카자흐스탄 공산당 최고통치자인 제1서기(서기장)직에 올랐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부터 2019년 자진 사임할 때까지 약 30년간 대통령직을 지냈다. 특히 구소련 붕괴 직후 핵무기를 포기하고 러시아와의 경제 재통합을 추진하지 않았고, 집권 20년까지는 연 평균 10%에 달하는 강력한 경제성장과 사회안정을 추구하며 높은 국민 지지와 서구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더불어 2019년 조기퇴임 이후에도 본인·직계가족 면책특권을 포함해 국가안보회의 의장직과 집권여당인 누르오탄당의 의장직 등의 국가통치 권한을 자신에게 평생동안 부여하고 이를 헌법으로 보장하는 엘바싀 법안이 만들어 '상왕 정치'를 펼쳤다.
하지만 장기독재와 더불어 대통령 일가들이 국가의 GDP 50% 이상을 장악하는 전횡, 2014년 자국통화 평가절하 등으로 악화된 경제난에 대한 누적된 국민 불만과 불평등이 지난 1월에 불거진 에너지 가격 인상 사건을 계기로 시민들이 폭발해 사상최악의 반정부 유혈시위가 벌어지면서 실각의 시발점이 됐다.
특히 반정부 유혈시위의 원초적 원인으로 나바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이 지목되자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현 대통령은 석유·가스 에너지 국영기업과 의회를 장악하고 있던 대통령 일가 및 인사들을 대거 숙청하고 엘바싀 법안 박탈내용을 담은 개헌을 지난 6월에 단행하면서 초대 대통령을 포함한 일가의 실각에 성공했다.
이에 민심을 얻은 토카예프 현 대통령은 전면적인 개혁정치를 예고하면서 지난 9월 추가 개헌을 단행하고, 지난 11월 7년 단임제를 골자로 하는 조기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영원할 것 같았던 나바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의 철권통치 시대가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