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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동조합 재정 투명성이 노동개혁의 첫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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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2. 12. 19. 17:49

정부와 여당이 앞으로 민주노총 등 주요 노동조합의 예산집행을 보다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노총 등 상급 노조는 회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서고, 국고 보조금을 포함해 연간 2000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 만큼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그 이유다. 조합원들의 회비를 대행해 집행하는 만큼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도 그동안 왜 그렇게 하지 못했는지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현행 노동조합법상 외부에서 그 재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1년에 한두 차례 자체 회계감사 결과만 조합원들에게 알리면 되기 때문에, 조합원들조차 세부내역을 알고 싶어도 알 길이 없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기관이 노조의 회계결산 자료를 청구할 수는 있지만 이마저도 의무대상이 아니어서 사문화된 지 오래다.

노동계에서는 그동안 "조합원들이 낸 회비로 만들어진 재정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확인할 수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다. 정부에서도 그간 이런 '깜깜이 예산'을 바꿔보려는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치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노조의 파워에 밀려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우리보다 노동조합 역사가 더 오래된 영국도 노조 회계에 대해 행정관청 연례보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은 25만 달러(약 3억3000만원) 이상의 연간 예산을 운영하는 노조는 노동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노조의 재정 투명성은 노조 민주화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회비를 내는 노조원들이 그 회비를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기존 지도부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하다. 노조 집행부가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예산을 불법적으로 전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돼도 "아니다"라고 우기면 그만이다. 노조의 재정 투명성은 노동개혁과 따로 떼서 생각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여당이 '노조의 재정 투명성'을 위한 입법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크게 평가할 만하다. 입법적 결실을 맺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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