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변 "맥락 무시하고 법 기술적으로 해석"…법 개정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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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검은 최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A씨는 지난 3월 26일부터 6월 3일까지 전 연인 B씨에게 반복해서 전화를 걸어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주로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가 상대방에게 노출되지 않는 '발신 표시 제한' 기능을 이용해 전화를 걸었고, 영상 통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하루에 4시간 동안 10차례 연속으로 전화를 건 적도 있었지만, B씨는 아예 받지 않았다.
인천지법 형사9단독(부장판사 정희영)은 17년 전 대법원이 '반복된 벨 소리로 상대방에게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줬더라도 법 위반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 판례를 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례에 더해 "부재중 전화가 표시됐더라도 이는 휴대전화 자체 기능에서 나오는 표시에 불과하다"며 "A씨가 B씨에게 도달한 부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에 검찰은 법원이 법리를 오해해 무죄를 선고했다며 항소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스토킹법과 유사한 법 조항의 오래된 판례에 근거했다며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한 스토킹법의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여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스토킹을 정의한 법 규정을 지나치게 법 기술적으로만 해석해 스토킹 피해의 맥락을 전혀 들여다보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여변은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정보통신망법과 스토킹범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스토킹 처벌법의 입법 목적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토킹처벌법의 입법 목적, 문제 되는 정의 규정에 관한 면밀한 검토와 피해자 관점의 판단을 통해 사건을 바라보기를 기대한다"며 "현행법이 스토킹 행위 유형을 협소하게 다섯 가지로 정의하고 있으며, 이런 제한적인 열거 방식의 규정이 현실에서 다양하게 일어나는 스토킹 행위를 제대로 포함할 수 없다"며 국회에 법 개정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