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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쌀 공급과잉 더 심화시킬 양곡관리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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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2. 10. 18. 17:54

정부 여당이 18일 당정 협의에서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을 담은 더불어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반대를 분명히 했다. 해마다 쌀 소비량이 줄고 있는데 쌀을 의무 매입할 경우 과잉 생산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 매년 1조원 이상의 국민 세금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작물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쌀의 공급과잉을 심화시키고 재정부담을 가중해 미래 농업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벼 대신 타 작물 재배를 통해 쌀의 면적을 줄여나가고, 이에 따른 예산을 확대해 실질적인 농업발전과 농민 소득에 도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개정안을 의석수로 밀어붙일 태세다.

인구 감소와 식생활 변화로 1인당 쌀 소비는 2005년 80.7kg에서 2021년엔 56.9kg으로 크게 줄었다. 앞으론 더 줄 것이다. 쌀 생산을 줄여야 하는데 쌀을 정부 돈으로 사주면 생산을 부추기는 셈이다. 2026년에 48만t, 2030년엔 64만1000t이 과잉 생산된다. 올 연말 쌀 재고는 190만t에 달한다고 한다. 매입 대금도 연간 1조원 이상인데 모두 세금이다.

다른 작물과 형평성도 제기된다. 쌀 재배 농민 반발에 정부 돈을 쓰는 것인데 만일 배추·양파·마늘 등 농작물, 축산물, 공산품이 과잉 생산으로 가격이 하락해 정부에 매입을 강력하게 요구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가격이 폭락하면 농민이 홧김에 배추밭 등을 갈아엎는 일이 있는데 이런 점도 생각해야 한다. 쌀 농가만 생각하면 문제를 키우게 된다.

유럽은 1970~1980년대 과잉 생산된 곡식을 정부가 사들여 잉여 농산물로 큰 골머리를 앓았다. 농민 표를 의식한 태국은 2012년 12조원, 2013년 15조원의 곡물을 사들였다가 큰 정치적 혼란을 겪었다. 딴 나라 일이 아니다. 민주당은 소비가 줄어드는 쌀의 생산을 부추길 게 아니라 식생활 패턴 변화에 맞는 농작물의 생산 증대에 초점을 맞춰 법을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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