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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가 기존 간판을 바꾸는 경우는 통상 2가지일 것이다. 장사가 너무 잘 돼서 사세를 확장할 필요가 있거나 아님 장사가 안돼 궁여지책으로 간판이라도 새롭게 달거나. 안타깝게도 공수처 현판식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후자에 가깝다. 출범한 지 1년 반을 지나고 있지만 구체적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공수처 담당 기자들은 "하소연 들으러 과천 간다"는 푸념을 내놓기도 한다. 공수처 관계자들이 '인력이 부족하다' '시스템이 부재하다' '독립기관인데 독립 공간이 없다' 등의 애로사항을 곧잘 토로하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처한 상황이 잘 선전(宣傳)된 덕분인지 '16대 1'에 달하던 수사관 채용 경쟁률은 '3대 1'까지 떨어졌다. 검사 정원 25명은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채우지 못했다.
공수처를 평가하는 시선은 가혹하리만치 박하다. 그런데 이를 공수처 잘못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수처 설립을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정권이 바뀌자 나 몰라라 하는 식으로 방치하는 중이고 검찰 출신이 득세하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공수처법 24조'를 폐기하겠다며 존립 근거마저 흔들고 있다. 올해 공수처 예산이 20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지만 이는 법무부의 한 해 특수활동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되짚어 보면 공수처는 정운호 게이트, 진경준 게이트, 국정농단·사법농단 사태 등 검찰을 비롯한 고위공직자 부패가 만연해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국민적 목소리가 있었기에 출범이 가능했다. 공수처는 국민 열망을 온전히 담기에는 너무 작게 시작됐고, 이런 공수처에 당장 사이다와 같은 성과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공수처가 현판식을 계기로 선전(善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