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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80년대생 오너3·4세들, ‘탈권위·겸손’ 행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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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윤 기자

승인 : 2022. 06. 2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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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윤 산업부 기자
1980년대생의 젊은 오너 3·4세들이 올 들어 대표이사로 줄줄이 진급,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이곳저곳에서 조직문화가 유연하게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현대가(家)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관심 갖는 사업이 있으면, 구태의연한 의전을 거치지 않고 본인이 몸소 사업장으로 찾아간다고 한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서울 강남에 있는 사내 벤처 1호 ‘아비커스’ 사무실에 수시로 들르고, 경기 판교 글로벌연구개발센터(GRC) 공사 현장 직원들의 간식거리도 직접 챙긴다.

직원들 사이에서 일명 ‘K사장’으로 불리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임원을 달기 전부터 사내카페에서 직원들과 똑같이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사내 식당을 이용하는 등 탈권위주의적 모습을 많이 보였다고 한다. 전달사항이 있으면 오프라인 보고체계를 굳이 거치지 않고, 임원들이 모인 메신저 단체방에서 바로 소통하는 것도 젊은 오너라서 달라진 조직문화다.

세아그룹 오너 3세 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자주 사용하는 말은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평사원은 오너 얼굴을 보기 힘든 게 일반적이지만, 이태성 사장은 사내카페에서 직급과 상관없이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사내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중간보고 없이 ‘날것’으로 듣는다. 회의를 할 땐 본인의 의견을 관철시키려고 하기보다 직원 의견을 먼저 듣고, 소탈하게 그들과 대화하면서 자유롭게 의견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오너 3·4세들의 탈권위주의적 모습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들은 산업화 시기 직접 회사를 일구고, 사회 환원을 많이 한 선대 회장과는 다르다. ‘능력 없는데 부모 잘 만나서’라는 내부 분위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조직원들의 마음을 살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과거와 달리 재벌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상대적으로 갑질하기 쉽지 않은 시대적 배경도 있다. 소셜미디어(SNS) 발달로 일거수일투족이 쉽고 빠르게 알려질 수 있는 세상이다. 평소 더 겸손한 자세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금수저들 탈권위 행보의 의도를 명확히 알 수 없지만 후진적 황제경영 방식을 깨뜨리려는 노력은 바람직해 보인다. 창의력과 인재가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선 직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탈권위 리더십이라야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젊은 오너들이 만들어 가는 새로운 조직문화가 기대된다.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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