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오미크론 부른 백신 불평등의 이면…‘평등’ 없으면 ‘종식’도 없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files.asiatoday.co.kr/kn/view.php?key=20211222010013799

글자크기

닫기

정재호 기자

승인 : 2022. 01. 01. 00:00

0004686099_001_20211222041609938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AFP 연합
단백질 재조합(항원 합성) 방식을 기반으로 한 미국 생명공학회사 노바백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은 인플루엔자(독감) 같은 다른 백신에 수십 년 간 사용된 기술을 써 상대적으로 가장 안전하다는 평가다. 다만 노바백스 백신은 화이자·모더나 등으로 대표되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의 백신이 아니어서 새 우세종인 오미크론 대응력은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도 지난달 말 노바백스 백신 승인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이면에는 ‘백신 불평등’이 자리한다. 초저온에서 저장할 필요가 없어 유통이 유리한 노바백스 백신은 저개발 국가들에 대한 백신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노바백스가 ‘부익부빈익빈’의 백신 갈등을 해결할 작은 희망으로 떠오른 것이다.

너도 나도 ‘위드 코로나’(코로나19와 공존)를 외치며 코로나19 사태의 사실상 종식을 염원하던 지난 11월 세계는 새 변이 오미크론에 또 한 번 직격탄을 맞고 움츠러들었다. 공교롭게 오미크론이라는 괴물을 탄생시킨 건 백신 접종이 더딘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와 보츠나와 등 가난한 아프리카 나라들이었다. 옥스퍼드대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 접종 완료율은 80% 안팎이지만 세계 평균은 50%를 넘지 못한다. 10~30%대에 머무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저조한 탓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여러 국가에서 부스터 샷(추가 접종)을 개시하면서 백신 사재기가 재연될 수 있다”며 “WHO는 부스터샷에 반대하지 않지만 (백신 공급) 불평등에는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무리 잡아도 잡히지 않는 바이러스라면 세계가 공평하게 백신을 맞아야 또 다른 괴물 변이의 출현을 막을 수 있다. 이 뼈아픈 교훈을 안긴 것이 오미크론이다.

백신 불평등 해소를 위해 노바백스 같은 새 백신의 등장과 보급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화이자·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지적재산권을 과감히 풀어 저소득 국가 스스로가 백신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가장 빠르고 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 백신 복제약 개발에 착수한 ‘아프리젠 바이오틱스 앤 백신(아프리젠)’ 제약사는 워싱턴포스트(WP)를 통해 “기존 제약사들이 다른 저소득 국가 제약사에 기술을 공유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그래야만 ‘백신 불평등’이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진입 장벽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고 있다. 페트로 터블라쉐 아프리젠 임원은 “예를 들어 모더나가 도와준다면 백신 개발은 1년 안에도 끝날 수 있다”면서도 “모더나는 ‘안 된다. 그렇게 할 수 없다’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오미크론 사태 이후에도 백신을 둘러싼 불평등이 이어진다면 “팬데믹(대유행)은 계속될 것”이라는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의 외침에 거대 백신 제약사들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반응할 필요가 있다.

정재호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