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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BBC 뉴스에 따르면 독립기념일 55주년인 30일부터 바베이도스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그늘에서 벗어나 공화국으로 새로 출발한다. 이날 저녁 공화국 전환을 축하하는 공연과 불꽃놀이 등이 진행되며 30일로 넘어가는 자정이 지나면 샌드라 메이슨(72) 총독이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된다. 다만 공화국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영연방 일원으로 남는다.
이번 행사에는 찰스 영국 왕세자도 참석할 예정이다. BBC는 찰스 왕세자가 공화국 전환 행사에 참석할 필요는 없지만 양국의 연대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바베이도스를 방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인구 약 29만명의 바베이도스는 1627년부터 영국의 지배를 받아왔으며 영국이 가장 오래 지배한 식민지 가운데 한 곳이었다. 영국은 17~19세기 흑인 노예들을 바베이도스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게 했고, 이를 통해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리처드 드레이튼 런던 킹스칼리지 대학교 제국 및 세계사 교수는 “바베이도스는 영국의 첫 열대지방 식민지 실험실이었다”고 평가했다.
이후 바베이도스 1966년 11월 30일 영국 연방으로 독립했다. 2000년 전후부터 공화국 전환을 위한 논의를 이어왔던 바베이도스는 지난해 9월 마침내 공화국 전환을 선언했다. 당시 미아 모틀리 총리는 “식민지 과거를 완전히 뒤로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바베이도스의 이번 행보로 영국 여왕을 군주로 섬기는 다른 국가들의 공화국 전환 움직임도 추진력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가이아나, 도미니카, 피지, 모리셔스 등이 공화정으로 전환했다. 드레이튼 교수는 자메이카와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에서도 공화국 전환 논의가 있다고 언급하며 영어를 사용하는 카리브해 국가에서 비슷한 움직임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아직 이들 국가에서 영국 여왕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있어 엘리자베스 여왕이 왕관을 내려놓은 이후 실질적인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바베이도스가 공화국으로 전환하면 영국 여왕이 다스리는 영국 밖 국가들은 캐나다, 호주를 포함해 14개로 줄어든다.
입헌군주제는 애초 형식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되면 영국의 국제적 위상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BBC는 영국이 공식 성명을 통해 바베이도스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지만 그 내면에는 불편함이 있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