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법인 간 자금이동은 공통적 목적 위한 것…배임 고의 부족"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정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37)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부동산개발업자인 A씨는 제2금융권으로부터 리스크가 높은 대출을 받아 토지매입 자금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부실한 채무 구조로 추가 대출이 어렵자 6개의 법인을 순차로 설립, 연대보증을 시켜 대출을 받거나 타 법인 명의로 대출받은 후 이를 대여하는 형태로 사업자금을 조달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A씨는 2006년 1월부터 2010년 4월까지 6개 회사 명의로 약 446억원의 자금을 차입, 2014년 3월까지 396억여원을 연체했다.
검찰은 A씨가 재무구조가 악화된 자회사에 자금을 대여해주며 채권 회수가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대표이사로서 회사 및 채권자를 위해 자산을 적정하게 보전해야 할 업무상 임무를 위배했다고 봤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회사 이사 등이 채권보전조치 없이 채무변제능력이 없는 타인에게 자금을 대여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면 ‘배임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타인’이 자금을 지원한 회사의 계열사라고 하더라도 배임죄는 적용된다.
다만 대법원은 ‘기업의 경영에는 원천적으로 위험이 내재돼있기 때문에 경영자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기업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면 배임죄를 물을 수 없다’고 예외를 뒀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자금 대여는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이므로 배임의 고의와 불법영득의사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6개 회사는 시행 사업의 성공이라는 하나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동일한 인적·물적 설비로 운영됐다”며 “6개 회사의 자금 운용은 부동산 개발사업 성공을 위해 금융기관의 적극적 주도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도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6개 회사를 모두 지배하면서 운영했고, 한 사업의 성패가 다른 회사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며 “A씨가 개인적인 용도로 자금을 사용한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6개 회사 사이 자금이동은 공통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는 부동산 시행 사업의 진행 및 회사 운영을 위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합리적인 경영 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서 이뤄진 행위로,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게 부족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