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자의눈] 일본, 베트남, 한국 그리고 신남방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files.asiatoday.co.kr/kn/view.php?key=20201019010009912

글자크기

닫기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0. 10. 19. 14:52

Head shot photo_Jung Rina
국제부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18일 저녁, 첫 해외순방으로 베트남을 찾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해 성대한 환영을 받았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베트남을 찾은 첫 외국 정상이다. 순방 계획이 알려지면서부터 베트남 주요 언론매체에는 순방 소식과 일본·베트남 관계에 대한 기사들로 가득했다. 지난 9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첫 외국 고위급 인사로 베트남을 다녀가며 ‘길’을 뚫어 놓았는데, 이후 베트남을 찾은 첫 외국 정상이 일본 총리란 점에 현지에선 다소 아쉬운 분위기도 읽힌다.

베트남은 물론, 동남아시아국가에서 일본은 부인할 수 없는 전통적 강자다. 2차세계대전, 동남아 공영권을 외치며 침략에 나선 일본은 현지에 대한 학술적 연구도 중요하게 챙겼다. 한국이 경제성장과 민주화 운동으로 고군분투 할 때 일본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이해와 위상에 있어 우리와는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그런 일본과 우리가 비등하게, 어쩌면 일본을 앞지르고 있는 곳이 아세안에서 가장 떠오르고 있는 국가인 베트남이란 것은 그나마 희소식이다.

세간에서는 흔히들 “베트남 사람들은 일본을 존경하고 한국은 좋아한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만난 베트남 주재 일본 기업인과 기자들은 “존경한다는데 이럴 수가 있느냐”고 탄식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베트남 입국이 막힌 가운데, 기업인 특별입국에 있어 베트남 정부가 한국 측 요구는 최대한 수용하며 협력하는 데 비해 일본은 그렇지 못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외교관계자와 기업인들이 때론 한국의 꽁무니를 좇는 듯한 느낌도 든다. 베트남 정부 관계자도 “최근엔 주요 안건에 있어서 늘 한국 대사관이나 한국 기업들이 먼저 다녀가고, 이후 일본 측에서 온다. 예전과는 확실히 다른 양상”이라 귀띔했다.

곧 베트남을 찾을 것으로 알려진 이재용 삼성 부회장도 이 같은 흐름에 큰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서는 이 부회장의 이번 방문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장 신설 등 신규 투자계획이 나올지도 모른단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적어도 코로나19 시국에 경제 협력 부문에 있어서는 한국이 조금은 앞서 가기 시작했다는 조심스러운 평가가 가능하지 않을까.
근래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가 지방 출장을 다닐 때마다 해당 지역의 주요 강을 언급하며 ‘~강의 기적’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을 지켜본다. 베트남, 나아가 아세안에 일본은 줄 수 없고 우리만이 줄 수 있는 것이 ‘성장의 경험’이다. 한강의 기적으로 대변되는 경제 성장은 물론, 일본 문화를 넘어선 K-POP과 같은 한국 문화의 저력. 이제는 경제 부문에 집중된 협력 범위를 정치·외교안보와 문화까지 폭 넓게 아우를 수 있는 총체적인 마스터플랜으로서의 신남방정책과 협력에 박차를 가할 때다. 다음달 중순 예정된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신남방정책의 업그레이드 버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이유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