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박성인 부장판사)는 해고 노동자 이모씨가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강경훈 부사장 등 삼성그룹 임원 4명과 삼성SDI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씨는 1987년 삼성SDI에 입사해 국내외 공장 등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6월 해고됐다.
삼성SDI 측은 이씨가 여러 차례 회사를 상대로 금전과 해외 주재원에 대한 처우 보장을 요구했고, 응하지 않을 시 회사에 적대적 활동을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며 징계 사유를 밝혔다.
아울러 이씨가 상사에게 폭언하고 여사원에게 부적절하게 행동했다는 부분도 징계 사유에 포함됐다.
반면 이씨는 자신이 삼성SDI 노조 설립위원장으로 활동하자 회사 측으로부터 보복성으로 해고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그는 지난 3월 삼성SDI와 회사 임원들,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임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 이씨는 “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미전실이 나를 문제 인력으로 지정해 밀착 감시하고 금전적으로 회유해 형식상 해고 사유를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씨가 과거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소송에서 패소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점을 고려해 삼성SDI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전소(前訴)의 기판력 있는 법률관계가 후소(後訴)의 선결적 법률관계가 될 때 후소의 법원은 전에 한 판단과 모순되는 판단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2012년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 확인 소송을 냈으나 2016년 4월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이후 이씨는 재심을 청구했으나 2017년 4월 대법원에서 각하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아울러 재판부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면서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사유와 달리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의 정당한 조합 활동을 이유로 했다면 부당노동행위”라며 “다만 정당한 해고 사유가 있어 해고한 경우에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조합 활동을 못마땅하게 여긴 흔적이 있거나 사용자에게 반노조 의사가 추정된다는 것만으로 해고 사유가 구실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