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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끊이지 않는 수입차 디젤게이트…신뢰 없인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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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 기자

승인 : 2020. 05.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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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 산업부 기자
정부가 수입 승용차를 전면 개방한 지 32년이 흐른 지금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2000년 5000대를 밑돌았던 수입차 판매는 지난해 24만대를 넘어섰고, 같은 기간 수입차 점유율은 0.4%에서 15.9%로 급격히 확대됐다. 이처럼 수입차 시장이 오랜 기간 성장을 거듭해 온 비결은 ‘소비자 신뢰’를 꾸준히 쌓아온 덕분이다. 제품의 성능과 품질, 가격 경쟁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프리미엄’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수입차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앞서 2015년 디젤게이트로 홍역을 치른 아우디폭스바겐과 2018년 차량 화재 사태를 겪은 BMW가 브랜드 이미지 타격으로 인한 ‘판매 절벽’을 극복하는 데 수년이 걸린 점도 이를 방증한다.

수입차 브랜드 역시 소비자 신뢰가 판매로 직결된다는 기본 원칙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수입차 브랜드의 배출가스 불법 조작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환경부가 발표한 벤츠, 닛산, 포르쉐 4만대 리콜 건을 포함하면 2015년 아우디폭스바겐 사태 이후 수면 위로 드러난 사례만 벌써 7번째다. 수입차 브랜드가 환경보다 판매에 급급했다는 비판에도 배출가스를 불법 조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인증 기준보다 성능과 연비가 좋은 것처럼 눈속임하면 본사가 환경규제 충족을 위해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 같은 ‘꼼수’에 정작 피해를 보는 건 수입차 브랜드를 믿고 산 국내 소비자다. 예컨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벤츠 GLE 350d’가 실제 도로에서 내뿜는 질소산화물은 실내 인증 기준보다 13배나 많았다. 질소산화물은 1급 발암물질로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될 만큼 인체에 치명적이다. 일반적으로 수입차는 친환경적이고, 연비가 높다는 인식을 악용해 검사 당국은 물론 국내 소비자를 우롱한 처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수입차 브랜드의 고의적인 배출가스 불법 조작은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 정부가 배출가스 조작을 근절하기 위해 과징금 상한액을 500억원으로 정했지만, 수입차 브랜드가 그동안 불법 행위로 벌어들인 금액에 비하면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정부는 감시와 처벌을 더욱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도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수입차 브랜드는 소비자 신뢰와 판매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인지하고, 국내 소비자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때다.
김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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