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을 높여주는 정책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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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시즌제·민식이법 등
안전과 밀접된 현안 해결 중요
늘어나는 1인가구 대책도 고심
대담=최석진 사회부장 / 정리=아시아투데이 김인희·장민서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은 역대 민선 서울시장 중 유일하게 3선에 성공했다. 그는 2011년 보궐선거로 당선되자마자 ‘초등학교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행했다. 이어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공공자전거 따릉이’, ‘청년수당’ 등 시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펼쳤고 최근에는 ‘미세먼지 시즌제’를 시행하며 시민들과의 접촉면을 넓혀나가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6일 서울시청 6층 시장집무실에서 열린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만 8년 동안 시장직을 수행하며 사람 중심 행정을 펴왔고 시대에 맞는 가치들인 인권·다양성 등을 추진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박 시장과의 일문일답.
-2011년 10월 보궐 선거 이후 민선 최초로 3선에 성공하며 10년 가까이 서울시장직을 수행했다. 간단하게 소회를 듣고 싶다.
“날이 갈수록 아쉬움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내가 시장직을 만 8년간 했다. 역대 최장수 서울시장인데 ‘어떠한 사안을 좀 더 빨리 본격적으로 시행했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서울시민들의 삶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가 과거 고도성장 시대에서 저성장 시대로 들어오면서 이제는 국민들이 삶의 질을 높여나가는 시대이지 않나. 삶이 행복해지는 것에 초점을 맞춰 지금까지 사람 중심 행정을 펴왔고 우리 시대에 맞는 가치들, 가령 인권·다양성·공정성 강화를 추진해왔다고 생각한다. 복지강화는 물론이고 과거의 재개발·뉴타운을 도시재생으로 바꿔낸 것들이 그런 예가 될 것이다.”
-역대 서울 시장은 임기 중 큰 상징물을 남겼다. 민선 3기인 이명박 전 시장에게는 ‘청계천 복원 사업’과 ‘버스 환승 제도’가, 민선 4·5기인 오세훈 전 시장에게는 세빛섬을 비롯한 ‘디자인 서울’과 ‘다산콜센터’가 있다. 시장께서는 어떤 업적 내지 유산으로 시민들에게 기억되고 싶은가.
“줄곧 ‘한 방’을 조언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러나 한두 개의 업적이나 거대 하드웨어 인프라로 평가받는 시대는 지나갔다. 나는 속도보다는 방향, 외양보다는 내실을 강조해왔다. 취임 일성으로 ‘시민이 시장’을 선언했다. 물처럼 공기처럼 일상 속에 스며드는 변화, 시민들께서 나를 세 번 선택하신 것 자체가 이런 철학에 대한 동의라고 생각한다.”
-사법시험에 합격하고도 검사생활을 6개월 정도만 하고 그만뒀다. 이유가 무엇인가.
“당시 검사는 성공이 담보된 자리였다. 적당히 시대와 타협하고 검사를 계속하면 흔히 말하는 성공을 이뤘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공안검사가 돼 얻게 될 부와 명예가 과연 내 인생에 어떤 의미일까’라고 스스로 물어보니 답이 자명해지더라. 그래서 6개월 만에 사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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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의 보행성 회복은 어제 오늘 등장한 화두가 아니다. 1990년대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꾸준히 논의됐던 역대 모든 정부의 숙원이다. 세계적 흐름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이미 세계 도시들은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 공간구조를 사람 중심, 보행 중심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서울시가 광화문을 넘어 사대문 안을 녹색교통진흥지역으로 지정해 보행, 녹색교통, 대중교통 우선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걷기 편하고 보행이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되 시민들의 이동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도의 대책을 계획 중이다. 도심 유입차량 줄이기, 도로 다이어트에 따른 교통량 감소, 도심 단순통과 차량의 우회, 대중교통 인프라 확대 등이 예다.
다만 10월부터 광화문광장 주변 주민들의 목소리는 물론 시민·전문가 등 다양한 목소리를 다시 듣고 있다.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고, 주민들의 고통과 애로를 깊이 이해하게 됐다. 물리적 재구조화를 넘어서 운영과 문화적 관점에서의 재구조화도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누누이 말씀드린 대로 서울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와 생각을 경청하는 과정에 있다.”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미세먼지 시즌제를 시행하고 있다. 계절별 편차가 크다는 것은 외부요인의 영향을 인정한다는 것인데, 다중이용시설 관리주체들에게만 공기질 관리책임을 묻는 것은 가혹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미세먼지는 명백한 ‘재난’이자 시급히 해결해야 할 민생과제다. 정부와 정치권, 지자체와 시민 모두가 나서 강력하고도 지속적인 노력을 다해야 한다. 미세먼지 시즌제도 그래서 시행하는 것이다. 외부요인의 영향을 인정하더라도 시민들이 그대로 고통받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고농도 미세먼지가 집중되는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다각도의 대책을 집중적으로 시행해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자체를 줄여 나가고자 한다.
미세먼지 시즌제 기간 다중이용시설 특별 점검은 건강취약계층의 미세먼지 노출을 최소화해 시즌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실내공기질 관리법에 따라 다중이용시설 시설주나 관리주는 환기설비 적정가동, 주기적인 청소, 공기정화장치 필터교체 등의 책임을 이행하게 돼 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 일명 ‘민식이법’ 관련 내용을 국회보다 서울시에서 발빠르게 시작했는데 서두르게 된 계기가 있다면.
“사실 서둘렀기보다 서울시는 이미 올해 7월부터 준비를 해왔다. 무엇이든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것, 특히 우리 어린이들의 안전의 관한 것인데 정말 전광석화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속 단속 CCTV 설치를 초등학교 인근뿐만 아니라 학원가까지 넓혀 실시키로 하고, 불법 주·정차도 단속하는 내용을 담아 민식이법보다 앞서가고 확장된 안을 만들어냈다. 내가 이 정책 논의에 참여한 적이 있지만 실제로 서울시 공무원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해낸 일이다. 이것이 서울시 공무원들의 자부심이고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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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그래왔듯이 새해에도 서울시정 1순위 과제는 경제이고 민생이다. 불공정한 출발선 문제를 해결하고 재난을 넘어 삶의 재앙이 된 미세먼지 문제, 불균형한 서울의 지역 간 격차를 바로잡는 일 등이 여전히 큰 과제다.
서울시는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내년 40조원에 육박하는 슈퍼 예산으로 편성했다. 시민의 삶이 기지개를 켤 때 도시 경제에 활력이 돌고 미래 가능성이 확장된다. 민생의 숨통을 여는 데 우선 투자하겠다. 과감한 투자로 위축된 경제를 속 시원하게 순환시켜 새로운 희망을 선보이겠다.
그리고 점차 늘어나고 있는 1인 가구 대책이 필요하다. 서울시장이 되기 전부터 1인 가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 인구학적 변화가 가져올 산업의 변화, 삶의 변화가 분명히 있다. 처음 시장에 취임했을 때 1인 가구는 24%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32%에 이르렀다. 8년 사이에 극적으로 늘어났다. 그런 1인 가구들을 위한 주택이 많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대형 주택은 수요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파트 재건축사업에서도 계속 소형주택을 요구했다. 우리가 한 치 앞을 못 내다보고 행정을 하면 완전히 국가를, 도시를 낭떠러지에 몰고 가는 것이다. 돌아보고 둘러보고 내다보면서 다양한 정책 방향성을 생각해야 한다.
빅데이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선제적인 대안을 내놓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 대한민국의 가장 큰 도전적 과제는 저출산·고령화다. 노동력은 경제의 중요한 3요소 중 하나인데, 앞으로 경제 노동력이 급감하고 인구절벽이 오면서 국가에 위기가 닥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의 사례를 잘 연구해보면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일본이나 프랑스는 우리보다 저출산·고령화 시대가 먼저 왔고 똑같은 경험을 했다. 그 경험을 자세히 살펴보면 시행착오 없이 우리는 바로 해결책을 찾아 갈 수 있다. 미래를 볼 수 있는 힘, 그게 바로 통계의 힘이고 빅데이터의 힘이다.”
-그동안 지지하고 힘을 실어준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장 고통에 처해있는 사람이야말로 우주의 중심’이라 했던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소설가 엘리 위젤의 말을 늘 마음에 새기고 있다.
시민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다. 슬픔의 강, 고통의 바다를 건너는 시민과 늘 함께하겠다. 저출산·고령화, 일상화된 불균형·불평등 등 시대의 과제가 시민의 삶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공정에 투자하겠다. 시민 누구나 자신이 꿈꾸는 삶, 원하는 도시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내 손으로 설계해 나갈 수 있는 꿈의 무대를 제시해 위기가 기회로, 기회가 기적이 되는 서울을 만들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