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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검찰 티타임, 사실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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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준 기자

승인 : 2019. 12. 04. 06:00

허경준
사회부 허경준 기자
3년 전 여름, “티타임 올라가자”는 선배의 말에 ‘차 한잔 마시러 가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선배 뒤꽁무니를 쫓아 서울중앙지검 13층으로 올라갔다.

영문도 모른 채 올라간 티타임 자리는 노트북 자판 치는 소리와 함께 땀으로 뒤범벅되면서 시작됐다. 선배들은 공보를 담당하는 차장검사를 향해 알 수 없는 외계어를 쏟아내며 스무고개를 이어갔고, 차장검사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으면서 단답형 대답으로 선배들의 질문을 요리조리 피해갔다.

그 당시 내 눈에 선배들과 차장검사는 바둑의 고수들이 바둑판 없이 머릿속으로 좌표를 외워서 ‘맹기바둑’을 두듯 서로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는 것 같았다.

티타임을 마치고 나온 선배들은 “오늘 뭐 많이 나왔네”라고 한 마디씩 했지만, 도대체 뭐가 나왔다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에게 선배들은 “행간을 읽어야지”라는 아리송한 화두만 던져놓고 사라졌다.
하지만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쏟아지는 선배들의 질문에도 차장검사들은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으면서, 오보를 경계하고 한쪽 얘기만 듣고 편향될 수도 있는 보도에 균형추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다.

티타임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검찰이 피의사실을 흘리면서 수사의 정당성과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기자들은 이에 영합해 검찰과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물론 검찰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티타임을 이용해 일부 피의사실을 흘리거나 여론을 조성한 사례가 없다고는 못하겠다.

그렇지만 적어도 검찰과 언론은 티타임을 통해 ‘공성전’을 벌이며 철저하게 방어와 공격이라는 각자 본연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것이다.

이제 검찰과 언론의 공식적인 전쟁터였던 티타임은 법무부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훈령)을 제정한 탓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벼룩 잡으려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가 된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우려가 기우였기를 바랄 뿐이다.
허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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