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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예술은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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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19. 09. 05. 08:08

전혜원
전혜원 문화스포츠부 차장
일본 현대연극 거장 히라타 오리자는 지적인 작품세계로 전 세계 연극계의 주목을 받아온 극작가 겸 연출가다. 1984년 연세대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한 그는 일본 내 대표적인 지한파다. 2015년 한일합작연극 ‘신모험왕’에서 한일관계 악화 원인을 조망하기도 했다.

그가 연출하는 연극 ‘그 숲의 심연’이 서울국제공연예술제를 통해 10월 한국관객과 만난다. 한일 갈등이 고조된 현 상황에서 이 공연을 앞두고 주최 측은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공연을 감행하게 된 이유에 관해 김도일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예술은 기본적으로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예술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김도일 대표의 말대로 예술은 태생이 자유로운 것이건만, 최근 일본과 관련된 여러 공연들이 우후죽순 취소되고 있다. 반일감정이 커지면서 일본문화 소비도 지양해야 된단 목소리가 힘을 받자, 기획사들도 공연을 강행해봐야 수익도 나지 않고 오히려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단 생각에 오래전부터 기획된 공연들까지 취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용의자 X의 헌신’로 유명한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원작자인 연극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일본 그림자 전문극단 카카시좌와 한국 인형극단 예술무대산이 5년에 걸쳐 공동제작한 ‘루루섬의 비밀’, 일본 혼성듀오가 출연하는 ‘보사노바, 애니메이션을 만나다’, 국립극단의 친일 작가 연극 ‘빙화’ 등이 취소됐다.
서점가에서도 한국 독자들이 가장 선호해온 일본 소설들이 신간 코너에서 자취를 감췄다. 최근까지 소설 신간에서 20~30% 정도를 차지하던 일본 소설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

이 정도면 ‘예술이 예술 그 자체로 존중받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제껏 한일 갈등이 수차례 있었지만 민간에서의 문화 교류는 지속돼 왔다. 사실 양국 관계가 어려울수록 더욱 굳건히 지속돼야 하는 것이 문화 교류다. 문화를 통해 양국이 서로를 보다 깊이 있게 알아갈 때 이해와 신뢰가 두터워지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갈등의 원인과 해결책도 찾아갈 수 있다. 문화예술이 정치 갈등으로부터 독립돼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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