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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일본, 상처뿐인 싸움 멈추고 외교로 돌아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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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기자

승인 : 2019. 07. 10. 20:04

이장원 주중 특파원
이장원 정치부 기자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싸움은 없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는 구절조차 상대방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으로 백 번 모두 이길 것이라고 하진 않았다.

또 어떤 싸움은 이겨봐야 얻을 게 없다.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힌 만큼 자신도 아프다. 남는 것은 왜 싸웠을까 하는 후회뿐이다.

일본 정부는 현재 이길 확률도 확실치 않은데 이겨봐야 얻을 것도 없는 싸움을 벌이고는 마치 승리한 듯 의기양양해 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4일부터 한국으로 수출하는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 조치를 시행했다. 이유는 알려진 대로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불만이다.

일본은 때가 되면 준비했다는 듯이 카드를 한 장씩 꺼내 들고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경우 추가 보복을 하겠다는 뜻도 내비치며 장기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철저한 준비성으로 유명한 나라인 만큼 치밀한 계산 끝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은 일본이 머릿속에 그리는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부는 9일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며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대응에 나섰다. 또 수입처 다변화와 국내 생산 확대·해외 원천기술 도입 등을 지원해 한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이런 방안들은 일본의 보복에 대한 방어책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무엇보다 일본이 싸움을 멈춰야 한다. 추가보복 등으로 상황이 더 악화되면 한국정부도 ‘반격’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싸움은 ‘누가 무엇을 얻었는가’에서 ‘누가 더 많이 잃었는가’ 하는 치킨게임으로 갈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10일 “일본이 더 이상 막다른 길로만 가지 않기를 바란다”며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에 “화답해 주길 바란다”고 거듭 촉구했다. 자국 내에서도 정치적 목적으로 경제보복을 사용했다는 비판을 받는 일본 정부에게 대화를 통해 다시 이성적 국가로서의 체면을 회복할 기회를 준 것이다.

이제는 일본이 응답해야 한다. 상처뿐인 싸움에서 반도체 소재를 들고 우리의 아픈 곳을 찔렀다고 희열을 느낀다면 그것이야 말로 경제대국 일본의 ‘치기 어린 자화상’일 뿐이다.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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