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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합의, 이제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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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승인 : 2019. 05. 0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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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지난 2015년 서방 6개국과 타결한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따른 의무이행을 일부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미 미국의 탈퇴로 위기를 맞은 이란핵합의가 존속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란은 60일의 기간을 주고 유럽을 비롯한 핵합의 당사국들에게 사태의 해결책을 모색하라며 압박한 셈이지만 사실상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위기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2015년 체결한 이란 핵 합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농축 우라늄 및 중수(원자로 냉각수)의 보유 한도 제한을 더 이상 준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농축 우라늄과 중수를 외국으로 반출하지 않고 보유 한도를 넘겨 자국 내에 저장하겠다는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상 최악의 딜’이라고 비난하며 이란핵합의 탈퇴를 선언한지 딱 1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로하니 대통령의 선언이 당장 이란의 핵개발 재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 세이넘 바킬 선임 연구원은 “이란이 농축 우라늄을 자국 내에 보유한다는 것은 다시금 핵 개발 프로그램을 가동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농축 우라늄과 중수는 핵무기 개발에 필수적인 요소. 중수로를 활용하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통해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바로 얻을 수 있다. 이는 플루토늄 자체를 농축하는 방식보다 훨씬 쉽고 효율적으로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방법이다.

로하니 정부가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미국의 핵합의 탈퇴와 제재 재개로 이란이 심각한 불경기의 위기에 처했기 때문. 게다가 미국의 제재로 이란핵합의를 주도했던 로하니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개혁파들의 입지는 약화되고 있다. 서방국들은 믿을 수 없다며 핵 합의를 반대해 온 강경파들이 ‘그것 봐라’ 하며 비난을 퍼붓고 있는 것. 일이 이렇게 되자 로하니 정부는 결국 미국을 제외한 다른 핵합의 당사국들을 압박하기 위해 핵합의 의무이행 일부 중단 선언에 이르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로하니 대통령은 핵합의 부활을 위한 문을 열어놓기는 했다. 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중국이 두 달 내에 이란이 석유를 판매하고 은행 거래를 할 수 있는 매커니즘을 찾는다면 핵합의에 따른 약속을 다시금 준수하겠다는 것.

하지만 유럽의 선택지는 상당히 제한돼 있다. 유럽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 부활 때문에 이란과의 거래가 너무 리스크가 높다고 판단한다면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유럽 기업들은 주식시장 상장이나 달러 이용으로 미국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제재를 무시하고 이란과 거래를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란과의 우회 교역을 위해 독일·프랑스·영국이 차일피일 미루다 올해 1월에야 겨우 설립한 금융특수법인(SPV) 인스텍스(Instex)도 유럽의 중소기업들에게 틈새 어필하는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양국은 모두 전쟁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주장하고는 있다. 하지만 긴장이 고조되면서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대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국내외에서 받는 압력이 증가함에 따라 현재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시리아나 이라크 등에 군 전력을 보내 대리전의 양상이 치러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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