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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선두 야당, ‘아랍 정당’과 손 잡을 것인가…‘전략적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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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승인 : 2019. 03. 1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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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이스라엘 야당 정치인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라는 공동의 적을 무찌르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전체 인구의 20%에 달하는 아랍계 유권자를 등에 업은 아랍 정당들과의 연대가 중요한 상황. 그러나 유력 야당과 아랍 정당 양쪽 모두 표면적으로는 서로 간의 파트너십을 도모하지 않고 있다. 이는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 기반인 우파 유권자들의 표심을 야당쪽으로 가져오기 위한 ‘전략적 거리두기’로 해석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야당 소속 차기 총리 후보자 가운데 선두를 달리고 있는 베니 간츠 전 군 참모총장과 좌파 성향의 아랍 정당 탈-하다시(Taal-Hadash)의 공동대표이자 아랍계 정치인 가운데 가장 세가 강한 6선 의원 아흐마드 티비는 네타냐후 총리 견제를 위해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서로 거리를 유지하는 중이다. 이들이 이처럼 약간의 간격을 유지하는 것은 오는 4월 9일 총선을 앞두고 이스라엘의 인류통계학적 민주주의 지형에 따라 정계의 체스판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 독립 이후 어느 정당도 크네세트(Knesset: 의회)의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제1당은 여타 중소 규모의 종교, 중도, 진보, 민족, 아랍 정당들과 연합해 정권을 세우게 된다. 중도 성향의 청백당(Blue and White)을 함께 이끌고 있는 간츠와 야이르 라피드 공동대표는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우파 유권자들의 표를 흡수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을 무너뜨리기 위해 이들이 아랍 정당들과 손을 잡는다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는 지금 아랍 정당과의 공공연한 공조는 표심 잡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정치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랍계 이스라엘인은 전체 이스라엘 인구의 20% 가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집권 연정에 아랍 정당이 포함된 적은 없었다. 아랍계 장관이 입각한 사례는 2007년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 시절 무임소장관(無任所長官·국무위원이지만 관할 부처가 없는 장관)을 지낸 라렙 마자델르가 유일하다.
그러나 최근 아랍 정당들이 힘을 하나로 합치고 있는데다 낮은 수준이던 아랍계 유권자들의 투표율도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어 갈수록 이들의 표심을 무시하기는 어려워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랍계 이스라엘인들의 투표율이 갈수록 상승하는 원인에 대해 민주화를 요구하는 ‘아랍의 봄’ 시위가 중동 곳곳에서 이뤄진 이후에도 여전히 정치적 자유가 요원하자 아랍계 국민들의 민주적 열망이 더욱 강력해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아랍 유권자들의 표에 맞서기 위해 ‘아랍계들이 선거 결과를 위협한다’고 위협해 우파 지지자들의 결집을 노리는 전략을 이번에도 사용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스라엘은 유대인들의 나라이지 모든 국민들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선거판에서 아랍계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몰아내려는 우파 정당들의 노력에 맞서 탈-하다시의 티비 대표를 비롯한 다른 아랍계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지지자를 결집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다른 당에 정치적인 파트너십을 제안하는 것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탈-하다시의 아이만 오데 공동대표는 “우리는 임팩트를 원한다”면서 “다만 지금으로서는 그럴 준비가 된 파트너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랍계 정치 지도자들은 ‘캐스팅 보터’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고 몸값을 올려 나간다는 계산이다. 탈-하다시의 티비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몰아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청백당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아직 청백당 쪽에 손을 내밀지는 않았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최장 재임 총리가 되는 것을 막을 연정에 참여할 계획이냐’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기다리며 지켜볼 것”이라고만 답했다.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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