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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석유 수출 막힌다면, 다른 국가도 수출 못 해”…호르무즈 해협 봉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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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승인 : 2018. 07. 05. 16:31

Sardar_Qasem_Soleimani-01
사진출처=/위키미디어
이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석유 수출을 막으려 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수송을 차단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로 촉발된 미국과 이란 간 대치는 ‘강 대 강’의 석유전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미 CNN과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인 쿠드스군 사령관 카젬 솔레이마니는 4일(현지시간) “이란이 이 지역에서 석유를 수출할 수 없다면 역내 다른 국가들의 석유 수출도 보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귀중한 발언은 이란의 긍지를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이 발언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지난 2일 스위스에서 “중동의 다른 산유국은 원유를 수출하는 동안 이란만 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막으면 그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데 대한 것이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로하니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란 국영통신인 IRNA에 “이처럼 현명하고 시의 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루하니 대통령의) 손에 입이라도 맞추고 싶다”라며 “이란에 충성하는 정책이라면 무엇이든 즉시 실행에 옮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스파이마스터(spymaster)’로 불리는 강경파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평소 공식 성명을 잘 내지 않는데다 서방과의 외교를 중시하는 온건파 로하니 대통령과도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그의 이같은 발언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 및 대이란 제재 복원을 선언하고 오는 11월 4일까지 이란산 원유의 수입을 ‘제로(0)’로 줄이라고 동맹국들을 압박하자, 이란은 걸프 해역 봉쇄 카드로 맞불을 놓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 사이의 바다로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이라크 등 중동의 주요 산유국이 원유를 수출하는 길목이다. 산유국들이 중동에 몰려 있는 까닭에 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폭이 좁은 곳은 50㎞에 불과해, 이란이 이곳을 봉쇄할 경우 국제 원유 시장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이란은 과거에도 미국과 갈등을 겪을 때 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든 바 있다.

지난 2일부터 기업인과 관료 등 100여 명으로 구성된 사절단과 유럽 순방 중인 로하니 대통령은 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도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로 줄이려고 하는 것은 정신나간 일”이라면서 “트럼프 정부가 그 결과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은 것 같다”며 미국을 맹비난했다.

이날 로하니 대통령은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IAEA와의 협력을 축소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유럽 순방을 통해 로하니 대통령은 자국의 석유를 팔 수 없다면 다른 산유국들의 석유 수출도 가만히 놔두지 않겠다고 압박하는 한편, 미국 외 다른 이란 핵합의 당사국들이 합의를 지켜준다면 이란도 이를 준수할 것이라며 유럽 국가들에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이란은 상당히 궁지에 몰려 있다. 미국의 핵합의 탈퇴 발표 이후 이란 리알 화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작년 말 대비 반토막이 난 상태인데다, 물가가 빠르게 치솟으면서 테헤란 등지에서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정책기획 국장은 2일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5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들이 이란 시장에서 떠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은 오는 6일 빈에서 독일·러시아 등 미국을 제외한 5개 핵합의 당사국들과 만나 이란 핵합의 유지를 위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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