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일관되게 반대해온 중국의 대응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좋았던 관계를 발판 삼아 충분히 이해를 구하고 부득이한 점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으나 현실은 거의 정 반대로 흘러가는 양상인 듯하다. 심지어 당정 최고위층 내부에서는 군사적 조치까지 검토하는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이 정도 되면 양국 관계는 거의 파국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이런 단정은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의 불편한 감정이 시간이 갈수록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고조되는 것에서 잘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일부 강경한 국수주의자들은 “한국인은 배신자! 뒤통수를 쳤다.”라고 성토하면서 강력한 각종 보복을 주장하고 있다. 당연히 SNS에서는 혐한(嫌韓)감정이 불붙고 있다. 단교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면 분위기는 아예 살벌하다고 해야 한다.
미사일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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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미사일부대인 제2포병의 미사일. 둥펑(東風) 계열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사드 견제용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제공=신화(新華)통신.
중국 당국도 냉정함을 유지하는 것 같지 않다. 우선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스리랑카 콜롬보를 공식방문한 자리에서 외교관으로는 엄청나게 강도 높은 수위의 발언을 기자들에게 한 사실을 보면 알기 쉽다. 베이징의 유력지 징화스바오(京華時報)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친구들이 사드 배치가 한반도의 안정과 퍙화, 핵문제 해결에 진정으로 유리한지 또는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냉정하게 고려주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얼핏 봐도 사드 배치 결정이 취소되지 않으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핵문제 해결을 위해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어조로 들린다. 군사적 조치까지 검토된다는 상황을 상기하면 진짜 그렇다고 해도 좋다. 특히 왕 부장이 한국을 지칭, 친구라고 표현한 사실이 중요하다. 전체적인 뉘앙스를 보면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뒷골목의 언어 습관에 비춰볼 경우 까불면 재미 없다는 식으로도 읽힌다. 거의 협박이라고 해도 크게 무리하지 않다.
언론 역시 만만치 않다. 특히 강경 논조로 유명한 런민르바오(人民日報) 산하의 환추스바오(環球時報)의 논조를 대표적으로 볼 수 있다. “보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방법은 수만가지에 이른다.”는 식의 주장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 볼 때는 기분 나쁠지 모르나 중국 언론의 주장은 분명한 현실이다. 당장 꺼내들 수 있는 보복 카드가 대사관 직원, 언론사 특파원, 주요 대기업 주재원들에 대한 추방이 아닐까 싶다. 꼬투리를 붙이면 언제든지 몇 명 보내는 것은 일도 아니다. 경제 보복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홍콩을 포함한 한국의 대중 수출 의존도가 31%에 이른다는 통계를 보면 더 이상의 설명은 사족에 속해야 한다. 중국 내 한국 기업 관계자들과 교민들 사이에 최근 중국을 너무 쉽게 봤다는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