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국민세금으로 조성되는 예산, 법안 통과 수단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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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장은 이날 헌법에 명시된 예산안 처리시한(12월 2일)을 넘긴 0시 48분 예산안이 가결된 후 “국회가 민주주의의 모범으로서 기능하도록 해야 하는 의장의 입장에서 어제 오늘 벌어진 일에 대해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여야는 1일 원내지도부간 협상으로 내년도 예산안과 5대 쟁점법안을 2일 본회의에서 일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2일 각 법안의 해당 상임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절차상 이유를 들어 법안 심사를 거부하는 등 극심한 진통이 이어졌다. 이에 정 의장은 여야 원내지도부에게 법사위원장 설득과 여야 재협상 등을 촉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이날 오후 11시께 늑장 본회의가 열렸다.
정 의장은 법정시한을 ‘48분’ 넘겨 예산안이 처리된 후 “국회는 상임위 중심으로 예산과 법안이 논의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법안과 예산을 의결해야 한다”며 “그리고 국회의원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독립적인 헌법 기관으로서 법안을 충실히 심의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최근 이런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교섭단체 협상 결과가 나오면 상임위와 국회의원은 그것을 추인하는 기능에 머물고 있다. 국회의원은 거수기가 되고, 상임위는 겉돌고 있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섭단체 지도부에 의한 주고받기 식의 ‘거래형 정치’는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며 “진정한 사회적 대타협이라기보다는 이익 챙기기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것이 현재 우리 의회민주주의의 현실이자 자화상이다. 저를 포함해 우리 모두가 자성하고 그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또 정부와 여당이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의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을 빌어 예산안과 쟁점법안을 연계시킨 데 대해서도 일갈했다. 정 의장은 “특히 신성한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되는 예산을 법안 통과를 위한 수단으로 삼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법률에 명시된 법사위 숙려 기간도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