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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찾은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91)가 29일 통일부와 통일준비위원회 주최로 열린 세계평화회의에서 한 말이다. 눈썹이 하얗게 샜고 구순을 넘겼지만 무라야마 총리의 한마디 한마디는 걸음걸이 만큼 꼿꼿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1995년 종전 50주년을 맞아 당시 일본 총리로서 태평양 전쟁때 식민지배에 대해 공식 사죄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이른바 ‘무라야마 담화’다. 총리직 이후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아시아여성기금 이사장을 지냈고, 북한과 국교 수립을 촉진하는 민간단체인 ‘일·북국교촉진국민협회’ 회장을 15년 동안 지냈다.
그는 이날 무라야마 담화가 나오게 된 배경과 이후 일본의 정권들이 이를 계승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선 한·중·일 3개국이 진정한 화해와 협력 체제를 향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색된 한일관계의 원인을 아베 정권의 애매모호한 입장에서 찾았다. 아베 총리가 지난 2013년 4월에는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한 발언을 하다, 국내외 비판이 거세지자 5월엔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표명한 발언 등도 지적했다. 여러 관련 당사국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할 여지가 없다는 논리였다.
그는 아베 총리가 지난 8월 발표한 전후 70주년 담화에 대해선 “복잡하고 애매하다”고 혹평했다. 식민지를 제대로 반성하려면 러일전쟁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함에도 담화에선 러일전쟁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한반도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첫 한일정상회담이 아베 총리의 진정성을 볼 수 있는 기회이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아베 총리가 담화에서 ‘전쟁터에서 명예와 존엄이 희생된 여성들’을 두번이나 거론하며 ‘가슴에 새기겠다’고 한 반성과 약속이 진짜인지 확인할 기회라고 말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소원해진 한일관계를 타개할 수 있는 건 두 국가의 정상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를 향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 당국간 협상을 정식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진지한 협상을 하면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