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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죽기 전에 꼭 한국 한번 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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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기자

승인 : 2015. 06. 15. 06:07

[호국보훈의 달·한국전쟁 65주년 특집] 푸에르토리코 참전용사들을 아시나요? "북한군 중공군 보다 강추위가 더 무서웠다", 세계 세번째 많은 6만1000명 파병, 담재보훈기념사업회 한국 민간단체 최초 보은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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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호명 담재보훈기념사업회장(왼쪽)이 지난 5일 푸에르토리코를 찾아 한국전쟁에 참전해 부상을 당해 병상에 누워 있는 참전용사에게 감사 메달을 직접 목에 걸어주고 참전 기념 모자와 감사장을 전달하고 있다. / 사진=담재보훈기념사업회 제공
“죽기 전에 내가 목숨 걸고 싸웠던 한국이라는 나라를 다시 한번 꼭 밟아 보고 싶다. 한국전쟁에서 가장 무서웠던 것은 북한군이나 중공군도 아닌 난생처음 겪어보는 무시무시한 강추위였다.”

호세 모랄레스 푸에르토리코 한국전쟁 참전용사는 지난 4일(현지시간) 심호명 담재보훈기념사업회장(밝은사회 국제클럽 한국본부 총재·제주물산 대표)이 감사 메달을 목에 걸어주자 눈물을 주르륵 흘리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올해 6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전쟁의 상흔은 한국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 서려 있다. 현충일과 6·25전쟁이 낀 6월 호국보훈의 달만이라도 더 늦기 전에 국내외 참전용사들을 기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전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격을 높이는 일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 10여 년 가까이 자비를 들여 한국전쟁 해외 참전국을 찾아 다니면서 정부도 아닌 민간차원에서 보은행사를 베풀고 있는 심 회장은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열흘 간 일정으로 미국과 푸에르토리코를 찾아 보은행사를 마련했다. 김정윤 사무총장과 회원인 김종헌 예비역 육군 준장(육사24기), 강신일 공주대 명예교수가 동행했다.
지금도 인구가 380만명 밖에 되지 않는 푸에르토리코는 한국전쟁 당시 무려 6만1000여명의 장병들이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군인들을 파병했다. 푸에르토리코 장병들로만 편성된 미군 65보병연대는 혹한의 장진호 전투에서 미1사단을 구출하는데 일등공신의 활약을 펼쳤다. 흥남철수 때도 마지막까지 남아 우리 국군과 유엔군, 북한 주민들을 남쪽으로 안전하게 피신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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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재보훈기념사업회가 한국 민간 단체로는 처음으로 지난 4일 푸에르토리코를 찾아 한국전쟁에 참전한 참전용사들에게 감사 메달을 직접 목에 걸어주고 참전 기념 모자와 감사패, 선물을 증정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담재보훈기념사업회 제공
서울 탈환작전과 연천·금촌·철원 등 한국전쟁 주요 9개 전투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서울 수복작전 때 총검을 꽂고 고지 탈환을 위해 공격을 감행하는 용맹한 기상은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 인근에 있는 미 방위군 대응센터 벽화로 걸려 있을 정도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올해 6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동안 푸에르토리코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장병들을 파병하고 고귀한 희생을 치렀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푸에르토리코는 한국전쟁에서 750여명이 전사하고 2300여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100여명은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실종자로 남아있다.

담재보훈기념사업회는 한국 민간단체로는 최초로 세 번이나 비행기를 갈아 타고 2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푸에르토리코 현지를 찾아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에게 진정한 고마움을 전하는 보은행사를 거행했다.

담재사업회는 한국 정부가 미처 찾아보지 못하거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 진정한 보은행사를 열고 있다. 지금까지 필리핀, 콜롬비아, 캐나다, 미국의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에게 감사를 전했으며, 오는 9월에는 터키와 영국 현지도 찾아 보은행사를 열 계획이다.

담재사업회는 푸에르토리코 수도 산후안에 있는 바야몽 국립묘지를 찾아 한국전쟁 전사자들을 위한 추모행사를 열었다. 한국 국가보훈처장에 해당하는 오스틴 몬테네즈 알만 푸에르토리코 보훈청 제대군인 최고책임관, 후안 니에바스 국립묘지 소장을 비롯한 참전용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헌화와 참배, 추모패 전달식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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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간단체로는 처음으로 지난 5일(현지시간) 푸에르토리코 참전용사들을 위한 보은행사를 마련한 심호명 담재보훈기념사업회장(왼쪽)이 한국전쟁에 참전해 부상을 당해 병상에 누워 있는 참전용사에게 감사를 전하자 거수경례로 반가움을 표하고 있다. / 사진=담재보훈기념사업회 제공
또 담재사업회는 카리비 힐튼 호텔에서 헥토르 리챠드 카르도나 대한민국 명예총영사, 카를로스 싼타나 한국전쟁 참전전우회장을 비롯한 참전용사들, 유족들, 한인회원 등 50여 명을 초청해 감사 만찬도 베풀고 메달과 모자, 감사패, 기념품, 선물을 일일이 전달했다.

모랄레스 참전용사는 “기대하지도 않았던 한국의 민간단체가 여기까지 찾아와 감사의 메달과 선물까지 챙겨줘 너무나 감격스럽다”면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것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며 고마움의 눈물을 흘렸다.

특히 모랄레스 씨는 “한국전쟁에서 가장 무서웠던 것은 북한군이나 중공군도 아닌 난생처음 겪어보는 무시무시한 추위였다”면서 “열대지방에서 태어나고 자란 전우들은 미처 상상해 보지도 못한 강추위와 사투를 벌여야 했다”고 회고했다.

모랄레스 씨는 “한국전쟁이 끝난 지 60여 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겪었던 그 무시무시한 추위를 결코 잊을 수가 없다”면서 “수많은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은 눈부시게 발전한 한국의 모습을 텔레비전(TV)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모랄레스 씨는 “죽기 전에 꼭 한 번 만이라도 한국을 보고 싶은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면서 “한국 방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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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간단체로는 처음으로 지난 5일(현지시간) 푸에르토리코 참전용사들을 위한 보은행사를 마련한 담재보훈기념사업회가 한국전쟁에 참전해 부상을 당해 한 평생 병상에 누워 있는 참전용사에게 고마움을 전하자 한국인에 대한 말할 수 없는 반가움과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사진=담재보훈기념사업회 제공
담재사업회는 산후안에서 2시간 반을 이동해 폰세시에 있는 라 카사델 베테란노 보훈병원을 찾아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부상당한 60여명을 위문했다. 심 회장은 한국전쟁 참전용사 복지기금을 전달하고 병실을 일일이 돌며 온 몸에 부상을 입고 거동 조차하지 못하는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의 메달과 모자, 기념품, 선물을 일일이 가슴에 안겨 주고 고마움을 전했다.

전쟁 당시 부상으로 하반신이 없거나 손이 떨어져 나가 팔 밖에 없는 노병들이지만 65년 만에 한국에서 찾아와 고마움을 전하는 심 회장 일행에게 거수 경례와 함께 반가움, 감사의 눈물을 흘려 방문자들도 함께 울었다.

한 참전용사는 아직도 혹한의 한국전쟁을 잊지 못하고 서툰 한국어로 “압록강 압록강”만을 되뇌이기도 했다. 참전용사들은 지금도 한국전쟁에 참전한 것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참전 기념 모자를 쓰고 거리를 다닌다. 거리에서 한국인을 본 푸에르토리코 현지인들은 서로 사진을 찍자고 할 정도로 ‘한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한국을 위해 목숨 걸고 싸웠고 한국전쟁에 참전한 것을 평생의 자부심으로 알고 있는 푸에르토리코 참전용사들이 더 이상 세상을 떠나기 전에 꼭 한국을 한번 방문하고 싶다는 목소리에 한국 정부가 더 늦기 전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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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간단체로는 처음으로 지난 4일(현지시간) 푸에르토리코 참전용사들을 위한 보은행사를 마련한 담재보훈기념사업회 관계자들과 참전용사들이 수도 산후안에 있는 바야몽 국립묘지를 찾아 추모행사를 거행한 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담재보훈기념사업회 제공
김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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