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환자 발생 중동 전체 압도
3일 세계보건기구(WHO)와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현재 전세계 메르스 환자 수는 1161명, 사망자는 433명이다. 지난달 1일 이후 사우디아라비아(24명)와 아랍에미리트·카타르(각각 2명), 이란에서 1명 등 모두 29명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20일 첫 환자 발생 후 2주만에 30명으로 증가했다. 최근 메르스 확산세는 중동 전체 보다 한국이 더 빠른 셈이다. 때문에 세계 과학계 역시 한국에서의 메르스 전파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과학학술지 사이언스는 2일(현지시간) 온라인판에서 “‘슈퍼전파사건’이 한국에 메르스의 폭발을 가져왔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에서 1명의 첫 감염이 유례없는 다수의 2차 감염으로 이어진 데 대한 세계 과학자들의 분석을 인용 보도했다.
국내 첫번째 환자 1명이 20명 넘게 감염시킨 것과 같은 사례는 이제까지 없었다는 것이다. WHO 메르스 담당하는 피터 벤 엠바렉은 “이런 ‘슈퍼전파’에 대한 가장 간단한 설명은 병원이 감염 통제 조치가 미흡했다는 것”이라면서 “다만 한국에서 초기 3일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 보건당국이 메르스 발병 초기에 효과적인 방역체계를 가동하는데 실패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메르스 전파력을 과소 평가하고 방역망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해 메르스가 확산됐다고”고 인정한 바 있다.
◇ 방역 강화 대책 불구 환자 속출
정부는 메르스 사망자와 3차 감염자가 발생하자 복지부 장관 책임하에 고강도 대책을 시행키로 했다. 하지만 하루만에 감염자가 5명이 늘고 격리대상자가 600여명이 늘어나는 등 메르스 확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이날 보건당국에 따르면 메르스 감염자는 30명, 격리자는 1364명(자택 1261명·기관 103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격리해제자는 52명이다. 격리자가 1300명을 넘어서면서 사실상 당국의 통제영역을 벗어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보건당국은 얼마의 인력이 메르스 관리에 투입됐지는 조차 정확히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권준욱 기획총괄반장은 “전국 250개 보건소의 3~4명의 인력이 돌아가면서 활동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 국민 불안감 증폭…정부 속수무책
일각에서는 보건당국이 메르스 통제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첫번째 메르스 사망환자가 입원했던 경기도 모 병원 중환자실 의료진 상당수가 격리조치 없이 현재까지 정상 근무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보건당국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보건당국은 사망환자와 밀접접촉한 환자·보호자 등만 격리 조치해 관리하고 있을 뿐 사실상 의료진에 대해서는 해당 병원측에 관리를 위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당국의 메르스 통제·관리가 환자 및 의료진·병원 등에 전방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메르스 환자 진료 의료진이 이처럼 관리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경우 지역사회전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가격리자에 대한 관리소홀도 지역사회전파 우려를 높이고 있다. 메르스 환자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중이던 50대 여성이 지난 2일 남편과 전북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확인되는 등 보건당국의 자가격리자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의 메르스 괴담 및 유언비어 강력 단속 의지에도 불구, SNS 등을 통해 메르스 병원명이 나돌고, 메르스 핫라인 상담건수가 1100건을 넘어서 등 사회전반에 메르스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정보 공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관계부처간 공조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 회의에서 경기도권 학교를 중심으로 현재 전국 209개교가 휴업 또는 휴교 조치를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날 메르스 감염을 우려한 일선 학교의 휴업에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다. 이처럼 정부 부처가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아 일선 학교에 혼란을 부추기고 학부모들의 불안감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