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맞아 강원도 양구 육군 21사단 최전방에 근무하는 아들 이철희 상병을 면회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온 특전사 장교 출신 이주석(55) 씨는 생활관에서 군인 아들들로부터 합동세배를 받았다.
이 일병의 아버지는 “평일과 휴일 모두 면회가 되니 보고 싶으면 언제든 볼 수 있게 됐다”면서 “직접 와보니 군대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 실감 난다. 아들이 잘 지내는 것을 보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은 “평일 일과 시간 이후에 면회를 보장하는 방안도 나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직장 생활에 바쁜 부모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얼마나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한 일병 부모는 “평일 일과 시간 이후 면회보다는 주말이나 부대가 쉬는 날에 외박·외출을 자주 허용해 주는 것이 부모나 병사 입장에서도 훨씬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바람을 나타나냈다.
또 다른 해병대 부모는 “휴대전화를 계급별 대표 병사를 통해 사용한다는 것은 실질적인 소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면서 “병사들이 부대 안에서 유·무선 전화기를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전화기를 많이 놔 주고 전화를 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더 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지난해 9월부터 병사들에게 평일에도 일과 시간 이후에 부모나 애인, 친구들을 면회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병사 계급별 공용 휴대전화 사용을 일부 부대에서 시범 운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병사를 둔 군인 부모들은 우리 군과 국방부가 나름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보이지만 일단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을 제기했다.
아들이 군 복무 100일 휴가를 막 마치고 들어간 육군의 한 부모는 후임병 때도 군인 아들을 휴일이나 주말에 외박·외출을 해 주는 것이 훨씬 실효성이 커 보인다고 희망했다.
일선 병사들에게 외출·외박을 허용하게 되면 병사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군부대가 주둔하는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육군훈련소가 있는 충남 논산시와 신병훈련소가 있는 전후방 각군 군부대 인근 지역은 퇴소식이나 수료식 때 부대 외출을 허용하면서 식당과 영화관, 노래방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
또 병사들은 우리 군이 혁신적으로 내놓은 계급별 대표를 통한 공용 휴대전화 허용에 대해서도 후임병들이 어떻게 자유롭게 군대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겠느냐면서 실효성에 적지 않은 의문을 드러냈다.
일부 부모들은 일과 시간 이후에 유·무선 공중전화나 공용 전화라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육군 21사단 GOP 소초에 근무 중인 쌍둥이 박재규·해규 일병은 4형제 모두 군 복무 중이다. 첫째 박민규 상병은 한빛부대 4진으로 남수단에서 평화재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둘째 박진규 병장은 해군 1군사교육단 야전교육훈련대 조교다. 재규·민규 이들 쌍둥이 형제는 지난해 10월 동반 입대해 중동부전선 최전방 GOP에서 경계작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 군은 지난해 9월부터 GOP부대 휴일 면회를 허용하고 있다. 쌍둥이 형제는 부산에 있는 부모님과 스마트폰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 부대 밴드(Band)에 설 인사 영상을 올려 놓고 부모와 언제든지 소통하고 있다. 육군은 지난해 11월부터 밴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소대급 2만 5000개를 개설해 부대와 부모, 병사 간에 활발한 소통을 유도하고 있다.
설 명절에도 GOP 부대의 경계작전은 멈추지 않는다. 철통 경계 속에서 소초에서도 설맞이 차례를 지낸다. 경계 작전과 휴식을 함께 하면서 족구·농구로 체력을 단련하고 독서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따뜻한 설 연휴를 보낸다.
백승빈 GOP 중대장(대위)은 “이곳 최전방은 우리 군이 철통같은 경계작전으로 완벽히 지키고 있다”면서 “국민들은 우리 군을 믿고 자식들을 맡겨 주고 설 연휴 안심하고 즐겁게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육군은 지난해 11월부터 생활관이 병사들의 자율공간이 되도록 보장하기 위해 생활관별로 ‘병영생활 룰(Rule)’을 정해 시행하고 있다. 과거 병사들 사이에 서열과 관행에 의해 선임병 위주로 존재하던 ‘룰’을, 중대장급 지휘관의 지도 아래 생활관의 모든 구성원이 대화와 토의를 통해 합리적이고 명문화된 ‘룰‘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합의된 ‘룰’은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점이 발견되면 수시로 토의를 통해 보완해 나간다. 개인마다 ‘룰’ 준수여부에 따라 사전에 합의한 벌칙 등 상벌점이 부과된다.
병영생활 ‘룰’을 통해 병사들이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는 풍토가 정착되면서 병영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대장 지도 아래 ‘룰’을 만들면서 병영생활 규정과 방침을 배우고 있다. 전우 간에 대화와 토의 시간이 늘어나 병영 악습과 부조리가 줄어 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합의와 공감을 통해 합리적인 ‘룰’을 만들고 자발적으로 지킴으로써 선진병영의 기풍을 조성하고 건전한 시민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불필요한 관행이 사라지면서 병사들의 자기계발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대는 교육과 훈련은 강하게 하되 일과 후에는 충분한 휴식과 자유시간으로 병사들의 자기계발 여건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대대급 부대에는 병영도서관을, 전방 GOP 소초는 작은 독서카페를 만들고 사이버지식정보방을 이용한 원격강좌 수강 등을 지원하고 있다.
국방부는 일단 평일 면회와 관련해 면회 시간과 장소, 면회 대상 등 세부적인 시행방법은 일선 부대 장성급 지휘관이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그동안 면회가 허용되지 않던 최전방 GOP 근무 장병에 대해서도 면회를 허용하지만 작전 임무와 지리적 환경을 고려해 휴일 면회만 허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이병과 일병, 상병, 병장 계급별로 공용 휴대전화를 지급하는 방안이 시범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같은 생활관의 병사 계급별로 대표자를 지정해 공용 휴대전화인 폴더형 2세대(2G)폰을 지급한 뒤 같은 계급의 병사가 대표자에게 이 전화기를 가져다 사용하는 방안이다.
각 중대 행정반에서 2G폰을 보관하고 있다가 부모가 거는 전화를 바꿔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방부는 생활관에 수신전용 일반 전화기를 확대 설치하기 위한 조치로 우선 9월부터 3개 중대에 수신전용 무선전화기 2대씩을 시범적으로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또 입대 초기부터 병사들의 휴가를 보장하고 휴가 시행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세부 시행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신병 격려 외박인 100일 위로 휴가는 각 군에서 정한 규정에 따라 실시하고 정기휴가는 본인 스스로 휴가 시기와 기간을 선택해 가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100일 위로 휴가와는 별개로 신병 첫 정기 휴가는 입대 4개월 전후에 나갈 수 있도록 무조건 보장하고, 정기 휴가는 각 군이 정한 허용 범위 안에서 자신이 시기와 기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휴가 허가권자의 승인 아래 휴가기간을 쪼갤 수 있게 돼 개인적 필요에 의해 휴가를 나눠 갈 수 있게 됐다. 현재 복무기간 정기휴가 일수는 육군 28일, 해군 31일, 공군 32일이다.
국방부는 병사와 부모, 부대 간의 24시간 소통을 위한 방안으로 소대장과 중대장이 부하 병사들의 부모와 소그룹별로 인터넷 밴드 또는 카카오톡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