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전원생활을 꿈꾸었던 도시인들이 너른 텃밭의 풀 뽑기와 집안 청소에 지치고, 한겨울 난방비 폭탄에 질려 떠나간 결과다. 저금리시대 전·월세 부담도 한몫했다. 서울 외곽에 지하철·고속도로가 속속 개통되자 출퇴근이 가능한 요지에 가진 돈에 맞춰 전원주택으로 자기 집 마련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2억원 내외면 330㎡(100평) 정도의 땅에 83㎡(25평) 규모로 제대로 된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다. 서울 시내 전셋돈으로 충당이 가능한 액수다.
실속형 전원주택 시대가 되면서 은퇴자들이 꿈꾸던 전원생활을 실행에 옮기기도 쉬워졌다. 전원주택 입주자는 여전히 이들이 대세다. 전원주택 마련에 들어가는 돈을 줄일수록 은퇴자금에 여유가 생기는 만큼 적은 돈으로 제대로 집을 짓는 것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싸게 제대로 된 전원주택을 짓기란 쉽지 않다. 전원주택 짓기의 출발이자 기본인 부지 매입 단계부터 갖가지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주 바뀌는 관련 법령들은 물론이고 관련 업계의 속사정도 복잡한 까닭이다. 이에 전원주택 1번지 경기도 양평군을 찾아 곳곳을 돌며 실속형 전원주택을 위한 ‘싸고 안전하게 땅 사는 노하우’를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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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댐을 거슬러 남한강을 끼고 있는 양평은 상수원 보호를 위해 규제가 엄격하다. 개발이 제한된 까닭에 상대적으로 토지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았지만 과거와 비교해 보면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980년대부터 양평 일대 토지에 관심을 가져온 임윤호 형재개발(주) 대표(58)는 “전원주택 붐이 일기 전 1980년대 양평의 토지 가격은 평당 5만~6만원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현재는 최대 100만원에 육박하는 토지도 있다. 교통여건이 매우 좋고 주변경치가 아름다우며 개발을 통해 필지로 조성된 토지일 경우다. 평당 30만원 내외의 토지도 있지만 도로변에서 깊숙이 들어간 미개발 토지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느 정도 입지를 갖추고 필지로 조성된 토지라면 보통 70만원 정도 수준에서 거래된다.
양평에서 평당 100만원 내외로 거래되는 토지는 서울과 가까운 양서면 일대에 있다. 지하철(중앙선)이 개통됐고, 아신IC를 통한 고속도로도 곧 이용할 수 있어 서울로 출·퇴근도 가능하다. 서울과 가까운 순으로 중앙선 양수역, 신원역, 국수역, 아신역이 남한강을 따라 자리해 있다. 아신역에서 서울 용산역까지 74분 거리다. 앞으로 아신IC를 통해 고속도로를 탈 수 있게 되면 서울 서초동까지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현재도 서울 잠실까지 40분이면 갈 수 있다. 지하철과 도로가 남한강과 가까워 경치까지 아름다운 까닭에 인기가 높다.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보다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미개발 토지를 사들인 개발업자들의 경우 개발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토지의 일부를 싼 가격에 내놓기도 한다. 아신역 인근 역세권에 1만9800㎡(6000평) 규모의 임야를 가지고 있는 한 업자는 “도로를 만들고 필지를 조성하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1650㎡(500평) 규모를 필지 가격의 70% 수준에서 팔려고 내놓았다”며 “매입자는 본인의 돈을 들이지 않고도 도로 등 개발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필지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도로를 내야 가능하다. 개발업자들은 도로를 먼저 내 택지를 조성한 뒤 필지로 나누어 판다. 이 같은 개발업자들의 생리를 알면 보다 싼 가격에 토지를 매입할 수 있는 방법이 보이는 것이다. 개발업자가 본래 사들인 토지 가격의 88%를 넘어 이익을 취하면 50%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는 점도 기억하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본래 토지 가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서면 오른쪽의 옥천면부터 양평읍까지는 평당 70만~80만원 사이다. 서울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만큼 가격은 내려간다. 하지만 더 들어간 용문면은 개발제한이 없는 까닭에 옥천면과 큰 차이가 없다. 택지 구입 비용을 더 줄이는 방법도 있다. 퇴직연금을 받지 않는 무주택자가 300평 이상 절대농지를 사서 1년 동안 농사를 짓고 동네 이장의 확인도장을 받아 군청에 가면 농지원부 신청이 가능하다. 농민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농민이 되면 절대농지라도 집을 지을 수 있다. 절대농지는 다른 택지 가격의 4분의 1 수준이다. 전용부담금도 없다.
등기원부에 ‘도(道)’자가 찍혀 있어야
제대로 된 땅을 사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도로가 확보됐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도로가 확정돼야 필지를 나눌 수 있고 건축 허가도 나오기 때문이다. 등기원부에 ‘도(道)’자가 찍혀 있어야 한다. 또한 적어도 1~10평 사이의 도로지분이 매입한 땅에 포함되는 게 좋다. 공유도로가 아니라면 사유도로인데 소유자의 사용허가를 받는 까다로운 절차를 피하기 위해서다. 실평수가 줄어든다고 싫어할 일이 아니다.
홍재준 신우(주) 대표(45)는 “사유도로일 경우 등기원부에 ‘도’자가 찍혀 있지 않다면 소유자의 사용허가를 받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다”며 “이전에는 사유도로인지를 확인하지 않고 땅을 산 뒤 사용허가를 받지 못해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토지 매입 시에 반드시 사용허가까지 확인하고나서 잔금을 치러야 한다. 법이 개정되기는 했지만 2년 전까지는 사용허가 시 동의서의 인감 시효가 있어 시효가 경과할 경우 다시 소유자를 찾아야 했다. 2년 전 사용허가를 받은 토지라면 아직도 적용되는 까닭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본인이 택지보다 싼 전답·임야를 사서 도로를 내고 택지로 만들 수도 있지만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택지 구입비용과 큰 차이가 없다. 업자들은 몇 천평 규모로 택지를 조성해 개발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이익을 내기 때문이다. 다만 업자들이 개발한 토지를 살 때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홍 대표는 “택지를 살 경우 아직 도로가 건설되지 않았다면 나무가 베어져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나무가 베어져 있으면 허가가 난 것”이라며 “법규가 엄해 허가도 없이 나무를 베면 바로 구속된다”고 말했다. 나무가 베어진 경우라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홍 대표는 “수종변경을 위해 나무를 벨 수도 있기 때문에 의심이 들면 도로가 포장된 것까지 확인해야 한다”며 “수종변경의 경우는 도로를 포장할 수 없다”고 했다.
토지를 매입할 때는 규제사항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계획관리지역의 땅은 330㎡(100평)에 132㎡(40평)까지 지을 수 있고, 보존관리지역은 66㎡(20평)까지 지을 수 있다. 실속형 전원주택은 보통 99㎡(30)평 내외로 짓기 때문에 보존관리지역의 토지를 살 경우 330㎡(100평) 이상의 토지를 매입해야 한다. 계획관리지역과 보존관리지역의 토지 가격에 큰 차이가 없어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된다. 교통도 편리하고 경치도 좋은 수변구역(강에서 1km이내)의 토지를 매입할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이 많다.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제는 빌라 같은 다세대 주택은 지을 수 없다. 중앙선 역세권의 경우는 콘도의 개념으로 사용하기 위한 빌라의 수요가 많다. 대신 6개월 이상 거주자만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제한은 사라졌다. 지난해 6월 법이 개정되면서부터다. 500m 이내는 전원주택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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