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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진 병원 낙인 찍힐라”… 서울시내 109곳 중 99곳 문 열었다

“휴진 병원 낙인 찍힐라”… 서울시내 109곳 중 99곳 문 열었다

기사승인 2024. 06. 1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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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휴진 첫날' 동네병원
휴진 참여율 저조… 큰 혼란 없어
'정상 운영' 소식에… "정말 다행"
문 닫아 헛걸음한 환자들 '분통'
"조폭과 다를 바 없어, 다신 안가"
전국 의사들이 집단 휴진한 18일 오전 대전 중구 충남대병원의 한 진료실이 정상 진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
"아이들이랑 노인 환자가 이렇게 많은데 병원이 문을 닫아 버리면 어떻게 해. (총파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환자들이 더 중요하지."

정부의 의료개혁에 반발해 대한의사협회가 주도한 전면 휴진이 실시된 18일 서울 종로구 한 이비인후과 병원장은 잇따라 환자들을 만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는 의협이 전면 휴진을 내걸고 '총궐기대회'를 열었지만 동네병원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에 반대하는 기류가 의사들 사이에 넓게 퍼져 있지만, 휴진 낙인에 대한 우려가 깊어 총궐기대회 참여율은 저조했기 때문이다.

비염 때문에 이 병원을 찾았다는 진모씨(44)는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동네 병원까지 휴진한다고 해서 불안한 마음에 전화하고 왔다"며 "다행히 진료하고 있어 안도감이 든다"고 했다.

같은 시각 여의도의 한 내과도 정상운영하고 있었다.

이 내과 직원은 "오늘 오전부터 병원이 영업하는지 문의 전화가 10통가량 왔었다"며 "보통 혈압이나 당뇨환자들이 멀리서 많이 찾아오는데, 원장님이 휴진 안 하고 운영을 이어간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초구의 모 안과는 상황이 달랐다. 병원 입구에는 '6월 18일 휴진합니다'라는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병원 유리문 틈으로 보인 병원 안 풍경은 커튼을 다 내리고 불을 끈 대기실과 조명만 밝힌 수납 창구가 대조적이었다. 이 병원 직원은 "원장님이 컨디션이 안 좋아 오늘만 휴무"라며 "오늘만 개인 사정으로 병원 문을 열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보건복지부가 개원의 휴진 신고를 집계한 결과 총 3만6371개 의료기관(의원급 중 치과·한의원 제외, 일부 병원급 포함) 중 4.02%가 휴진 신청을 했다.

의협 측은 휴진 찬반 투표에서 역대급 지지율이 나온 만큼 더 많은 병원이 휴진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 아시아투데이가 확인한 결과 서울시내 동네병원 109곳 중 이날 하루 휴진 또는 오후 휴진을 결정한 개원의는 10곳이었다. 99곳은 평소와 같이 진료를 이어갔다.

휴진 참여율이 저조한 상황인 만큼 의협의 투쟁 동력은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저조한 휴진 동참률은 휴진한 동네 병원에 대한 시민들의 냉랭한 반응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 중인 황모씨(32)는 "오늘부터 파업이라고 들었는데, 동네 병원들까지 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의사들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연일 강수를 두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모씨(38·여·종로구)도 "긴 파업 때문에 이젠 지친다"며 "의사들은 약한 존재인 척하지만, 결국 그들은 조폭과 다를 바가 없다"고 비난했다.

맘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휴진을 공지한 동네병원 명단을 공유한 '휴진병원 블랙리스트'가 도는 등 불만이 폭주했다.

한 맘카페엔 △휴업 동참이라면 실망이다. 이런 곳은 다음부터 안 가고 싶다 △지역별·병원별·의사별 리스트업 하자 △의료 파업 중인데, 욕 나온다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한편 의협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정부가 죽인 한국의료, 의사들이 살려낸다'는 주제로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1만2000여 명이 거리로 나왔다.

의협은 의사 회원들은 물론 전공의, 의대생, 의대생 학부모, 일반 국민도 참여했다고 밝혔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정부가 전공의를 포함한 의사들을 전문가로서 생명을 살리는 소중한 존재로서 대우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며 "의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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