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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이 가져온 변화

[칼럼]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이 가져온 변화

기사승인 2024. 05.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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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과 교수
이호근 교수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과 교수
KG모빌리티가 인증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차·기아가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한 이후로 대부분의 자동차 제작사도 동참을 준비하고 있다. 그럼, 이쯤에서 현대차·기아의 인증 중고차 시장 진출이 중고차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갖고 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은 배경을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중고차판매업은 2013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6년의 기간 동안 스스로 자정능력을 갖추고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나 이 기간에 아무것도 개선된 것이 없어 응답자의 약 63%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2020년 3월 자동차 전문 시민단체들이 '중고차 시장 전면 개방'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까지 했는데, 시민단체들은 중고차 시장의 정보 비대칭과 불투명성으로 오랜 기간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런 적극적인 응원에 힘입어 현대차·기아는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소비자 단체들이 자동차제작사인 대기업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크나큰 이변이었다.

우리나라 중고차 산업이 미국, 유럽 등 해외에 비해 뒤진 가장 큰 원인으로 소비자의 신뢰 부족이 꼽힌다. 미국의 카바나(Carvana)는 온라인 중고차 판매 회사로, 구매 후 7일간 전액 환불 및 각종 기록의 정확한 제공이 장점이고, 카맥스(Carmax)는 '중고차 정찰제'를 도입했다. 영국의 드로버(Drover)는 중고차와 모빌리티 서비스의 연결을 시도하고 있다.

이렇게 해외시장의 중고차 산업은 유통·판매의 변화와 더불어 다양한 형태의 미래 산업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소비자의 희망이었다. 현대차·기아의 선진화된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중고차 시장 전체로 확대돼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 규모를 선진국과 유사하게 2배가량 키우는 활력소가 되길 기대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지 한번 지금 상황을 살펴보자. 현대차·기아가 운영하는 중고차 사이트를 검색해 본 모 기자가 필자에게 역으로 질문을 한다. "차량 가격이 너무 비싸서 이럴 바에야 차라리 새 차를 사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수님은 어떤 의견인지요?" 필자도 당연히 같은 의견일 수밖에 없다.

처음에 현대차·기아가 인증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을 때 필자는 가격상승을 가장 우려했는데, 현대차·기아는 시스템화에 따라 가격이 오히려 낮아질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런데 현대차·기아의 인증 중고차에 대한 홍보문구를 살펴보면, 250가지가 넘는 항목에 대한 점검을 통해 완벽하고 믿을 수 있는 중고차를 판매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매입 가격을 후려쳐서 낮게 가져오거나, 아니면 정상적인 가격에 갖고 온 중고차를 250가지가 넘는 점검 비용을 포함해 비싸게 판매하던지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땅 파서 장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결론은 현재까지는 현대차·기아의 인증 중고차 진출이 중고차 시장에 큰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찻잔 속 태풍처럼 큰 영향이 없다. 소비자들의 선택은 오로지 본인들이 매도할 때 받는, 혹은 매입할 때 지급할 금액이 얼마인지가 유일한 기준이 되고 있다.

이제 기존에 대기업과 소비자들이 크게 비난하던 영세 중고차 업계 종사자의 입장으로 돌아가 보자. 본인들이 유지해 오던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사그라져 버린다. 결국 모든 피해는 다시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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