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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탐사] “등굣길에 헬멧 누가 써요”…입법 구멍 속 ‘안전 불감증’ 빠진 학생들

[아투탐사] “등굣길에 헬멧 누가 써요”…입법 구멍 속 ‘안전 불감증’ 빠진 학생들

기사승인 2024. 06. 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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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자전거 운전 실태 직접 살펴보니
1시간 동안 44명 중 안전모 착용 3명뿐
"또래 사이 홀로 안전모 쓰지 쉽지 않아"
교육에 더해 처벌조항 만들자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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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8시께 서울 송파구 소재 A 중학교 인근 횡단보도에서 학생들이 안전모(헬멧)를 쓰지 않은 채 자전거를 운전하며 등교하고 있다. /반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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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8시께 서울 송파구 소재 A 중학교 인근 횡단보도. 학생들이 안전모(헬멧)를 쓰지 않은 채 자전거를 타고 신호를 기다렸다. 파란불이 켜지자 학생들은 자전거 도로에서 붙은 속력 그대로 횡단보도를 건넜다. 걸어서 등교하는 학생들은 자신을 제치며 지나가는 자전거에 놀라 움찔했다. 자전거에 올라탄 한 학생은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를 들이받을 뻔하기도 했다.

친구들과 매일 자전거를 타고 등교한다는 김군(14)은 "학교 가는데 헬멧까지 쓰는 사람이 도대체 어디 있느냐"며 "무겁기도 하고 학교에 둘 곳도 없다"고 말했다. 김군과 함께 등교하던 3명의 학생도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

본지가 이날 오전 7시 40분부터 1시간 동안 A 중학교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학생들을 관찰한 결과 44명 중 안전모를 착용한 학생은 3명에 불과했다. 안전모 끈을 꽉 조여 맨 채 자전거에 오른 박군(13)은 "같은 반 친구 중 저만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소년들의 자전거 탑승자의 안전모 착용률이 저조한 가운데 사고 발생률은 다른 연령대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전국 23개 병원 응급실을 찾은 5404명의 자전거 사고 환자 중 1295명(24%)이 10대 청소년이었다. 응급실을 방문한 10대 청소년의 안전모 미착용 비율(81%)은 전 연령 평균(71%)을 상회했다.

자전거 운전자는 도로교통법 제50조에 따라 안전모를 착용해야 한다. 다만 단속이나 처벌 규정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고 개인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청소년은 동조효과가 강해 또래 사이 홀로 안전모를 쓰기 쉽지 않다는 특성도 있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청소년은 또래 집단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가 중요하다"며 "분위기가 한번 형성되면 청소년들은 헬멧을 착용하지 않는 집단 특성을 강요받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자전거 사고 내면 더 크게 다친다는 점이다. 지난 5일 도로교통공단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자전거 가해운전자 교통사고 사망 건수를 분석한 결과 안전모 미착용 비율(61.0%)이 착용 비율(18.1%) 대비 3배 이상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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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전 등교 시간 외국인 학생들이 안전모(헬멧)를 쓰고 자전거를 탄 채 서울 서초구 소재 한 외국인 학교로 향하고 있다. /반영윤 기자
전문가들은 자전거를 타는 청소년들이 안전모 등 안전 보호 장구를 제대로 착용하기 위해 부모와 학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외국인 학교 학생들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에게 교육을 받아 자전거를 탈 때 헬멧 쓰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전거로 등교할 때 헬멧을 3번 쓰지 않는다면 해당 학생에게 자전거 통학을 아예 금지하는 등 학교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에 더해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지금껏 국가·지역사회·교육계가 홍보캠페인을 진행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며 "헬멧을 쓰지 않고 자전거를 탄 10대 중 촉법소년은 부모에게, 만 14세 이상 청소년은 당사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처벌조항을 과감히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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