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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무죄·감형 외치는 세상, 돈 안 돼도 피해자 변호 최우선”

“가해자 무죄·감형 외치는 세상, 돈 안 돼도 피해자 변호 최우선”

기사승인 2024. 06. 2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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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피해자 전문 로펌 '심앤이'
심지연 변호사 "피해자 적극 대응을"
심지연 심앤이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가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김채연 기자

"인터넷에 '성범죄 가해자 무죄 받아드립니다' '집행유예로 감형해 드립니다'라는 광고가 가득했습니다. 피해자들은 변호사를 찾는 것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심지연 심앤이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25일 피해자 전문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를 이렇게 회상했다. 심앤이 법률사무소는 국내 유일 성범죄 피해자 전문 로펌으로 약 4000건의 성범죄 피해 사례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2019년 개소 이래 가해자 사건 수임은 0건. 경제적 이익만 좇는다는 비판을 받아온 로펌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이유다.

실제 기업 법률 시장을 제외하고 전체 법률 시장의 절반 정도가 성범죄일 정도로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다만 가해자 측 수요가 많아 90% 이상이 가해자 변호에 집중돼 있는 실정이다. 서초동 유명 로펌들을 두고 '성범죄 가해자 변호를 먹고 자란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심 변호사는 "수익에 대한 생각은 별로 없었다"며 "당시엔 하고 싶은 걸 해보자는 단순한 생각이었고, 막상 시작해 보니 시장성이 예상보다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도 숨어있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이런 시장의 변화가 대변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심 변호사는 가장 기억에 남는 성범죄 고소 대리 사건으로 미성년자 시절 사촌 오빠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입고 6~7년이 지나 용기내 찾아온 한 피해자를 떠올렸다. 친족 간 성범죄는 대표적인 '암수범죄(暗數犯罪: 범죄가 발생했으나 수사기관에 의해 인지되지 않았거나 검거되지 못한 범죄)'로 가해자를 처벌하기까지는 수많은 제약이 뒤따른다. 


심 변호사를 찾아온 피해자 사건 역시 객관적 증거가 남아있지 않아 처음엔 불송치됐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진술의 신빙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진술분석관' 제도를 적극 이용했다. 성폭력 및 아동학대 피해자 진술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진술분석관의 평가의견서와 100쪽가량의 이의신청서를 제출해 최종적으로 기소할 수 있었고, 결국 유죄를 증명해 냈다.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를 제3자로 취급하는 것도 피해자 전문 변호가 필요한 이유다. 가해자의 경우 재판 과정에서 모든 자료들이 공개돼 접근할 수 있지만 피해자들에게는 자동적으로 서류를 보내주거나 통보해 주는 제도 자체가 없고, 피해자에게 공개되지 않는 자료도 많다. 심 변호사는 "피해자 변호는 어쩌면 '협조 구하기'의 연속"이라며 "어디까지가 공개되는 자료인지를 시도해 보고, 경험화 해서 누적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심 변호사는 "성범죄 피해는 이유 없이 일어나는 자연재해 같은 것"이라며 "피해자들은 대부분 '저항을 제대로 못 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 등 범죄의 원인을 본인에게서 찾곤 한다. 그렇지만 재판 과정에서는 내가 무엇을 '했는지'를 찾아내야 한다"며 "피해자들이 재판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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