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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할 시간 없다”… SK 위기돌파 위해 美 출장 나선 최태원

“주저할 시간 없다”… SK 위기돌파 위해 美 출장 나선 최태원

기사승인 2024. 06. 2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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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AI 시장점검 위해 미국 방문
경영전략회의, 현지서 화상참여할 듯
그룹임원인사 두고 "속도조절" 지시
이혼소송에도 흔들림 없는 행보 강조
최태원 SK 회장이 전사차원의 중대한 내부 회의를 앞두고도 지체 없이 미국 출장길에 오른 건 위기의 그룹을 구하는 데 주저할 시간이 없다는 오너로서 책임감과 무게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핵심 경영진이 총동원돼 산업은행 등 백방으로 자금을 빌리기 위한 행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오너로서 발로 뛰며 위기를 정면돌파하는 모양새다.

특히 그룹 최고 의사결정협의체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사촌 동생 최창원 부회장에게, 에너지 부문은 동생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에게 지휘봉을 넘기며 사실상 에너지·화학·배터리 등 전통산업에 대한 재편, '리밸런싱'을 맡겨놓은 상태다. 최 회장이 당장 그룹의 캐시카우이자 핵심먹거리라 할 수 있는 반도체, 인공지능(AI)을 챙기러 해외로 달려나갈 수 있는 이유다.

국내외, 안팎에서 SK 오너가가 모두 나서 위기의 그룹을 바로 세우는 모습이다. 최 회장은 이달 대만 TSMC 회장과 만나고 대한상의 일정에도 참여, 이혼소송 관련 2심 재판부의 오류를 지적하는 자리에 직접 나와 사과하는 등 흔들림 없이 공개적인 일정을 촘촘히 수행해 왔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최 회장은 최창원 의장(부회장)에게 임원인사에 대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SK그룹은 부진한 실적을 낸 관계사들의 수장을 잇따라 교체한 바 있는데, 이젠 지나간 실적에 대한 문책 보단 미래 실적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지라는 전언이다.

임원인사까지 이어지는 만큼 이달 말 예정된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 회장은 미국에서 화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경영전략회의는 8월 이천포럼, 10월 CEO 세미나와 더불어 SK그룹 최고 경영진이 모여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중요 연례행사 중 하나다.

지난해에는 반도체와 관련한 여건을 점검하고 최 회장의 '파이낸셜 스토리'를 구현할 방안을 논의했는데, 당시 최 회장은 부상으로 목발을 짚고 회장에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최근 그룹은 계열사들의 합병 및 통합 관련 시나리오가 안팎으로 쏟아져 나온 바 있다. 이 중 SKC의 자회사 SK엔펄스와 ISC의 합병 검토 방안에 대해서는 "양사 합병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지만,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설은 '합병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대응해 내부적으로도 실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여기는 점이 드러났다.

이처럼 리밸런싱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최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AI 및 반도체 시장을 점검하고 사업기회를 모색한다. 방문 기간 중 현지 '빅 테크' 주요 인사들과도 회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출장에는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김주선 SK하이닉스 사장 등 그룹의 AI·반도체 관련 주요 경영진도 동행했다. 최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그룹의 'AI 생태계'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방문하는 지역 또한 빅 테크들이 모여 있는 새너제이 실리콘밸리에 국한하지 않고, 현지 파트너사들이 있는 미국 여러 곳이다.

AI 및 반도체는 최 회장이 직접 챙겨온 분야다. 에너지 부문은 최재원 수석부회장에게 맡긴 그림이지만, AI와 반도체는 최 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활용하며 그룹 생태계를 육성하고 있다. 이달만 해도 대만에서는 웨이저자 TSMC 신임 회장과 만나 관련 협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이혼 항소심 판결 이후 대내외적으로 비판 여론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오너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번 출장 역시 흔들림 없는 경영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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