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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두의 일상이 안전한 내일로

[칼럼] 모두의 일상이 안전한 내일로

기사승인 2023. 02. 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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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
광주 신축아파트 붕괴 1주기
안전 울타리 안에서 소외되는 이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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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
"자상한 아버지였고, 사랑하는 남편이었고, 다정한 형이며 오빠였습니다." 거짓말 같은 사고로 아버지를 떠나보낸 청년은 이렇게 아버지를 추억했다. 유독 매서운 한기가 내려앉았던 지난달 11일,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서는 사고 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희생된 6분의 이름이 호명될 즈음 유가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6명의 목숨을 앗아간 그날의 차가운 공기는 여전했고, 철거되지 못한 채 남아있는 철근 외벽은 그날의 사고를 잊지 말라 외치는 듯했다. 1년이 지났지만 상처는 아물지 않고 외려 덧나있었다. 어제와 같이 출근해, 익숙했던 생업의 현장에서 습관처럼 몸에 밴 일상을 살아낸 그들이었다. 예고도 없이 무너진 콘크리트 건물은 순식간에 일상을 덮쳤다. 잔해 속 마지막 흔적을 찾기까지 29일이 걸렸다. 6번째 희생자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려드린 지 딱 1년이 되는 오늘. 2월의 여덟 번째 날이다.

수많은 재난 현장을 경험했지만, 당시의 붕괴 현장은 처참했다. 2차 붕괴 위험으로 대원들의 진입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39층 건물의 계단과 승강기 중심부, 중앙부 벽체만 남기고 상층부 16개 층이 무너져 내렸고 앙상한 철근과 부서진 콘크리트 더미는 위태롭게 매달려있었다. 철근 절단기나 굴착기 등 중장비 작업 시 발생하는 진동이 추가 붕괴를 일으킬 위험이 컸고, 잔해가 켜켜이 쌓여 열화상 카메라를 활용할 공간도 충분치 않았다.

첨단 장비가 있지만 적극 활용할 수 없었고, 전문 구조역량을 가진 구조대원들의 활동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끝까지 놓지 않았던 것은 진심과 끈기였다. '잔해물을 제거하다 희생자분들의 신체가 혹시 훼손되지는 않을까' 대원들은 맨손으로 현장을 파헤쳤다. 20층의 계단참에는 하루라도 빨리, 반드시 구조하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새겼다. '최후의 일인을 찾을 때까지 최선을 다한다' 매일 구조 현장을 오르내리며 보았을 이 구호는 지치지 않고 구조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이 됐다.

그 후 1년이 지났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보다 안전한 일상을 위한 법과 제도는 잘 지켜지고 있는 걸까. 지난달 건설 현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여전히 '속도전'을 강요받고 있다고 답한 사실은 씁쓸하다.

과거에 없던 새로운 재난은 끊임없이 우리를 위협한다. 이러한 위험을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우선적 주체가 국가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국가재난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은 재난안전 관리체계를 더욱 촘촘하게 재설계하고, 국민의 일상을 지켜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현장에서 작동하는 시스템, 디지털 기반의 과학적 재난관리는 그 첫 번째 과업이 될 것이다.

아울러 희생된 분들을 기억하고 남겨진 사람들이 일상을 회복하도록 지원하는 것 역시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에 21개 기관이 참여한 범정부TF는 '함께 만드는 모두의 일상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예방-대비-대응-복구 단계로 이어지는 지금의 안전관리 시스템에 '사전예측'과 '회복' 단계를 추가했다.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협업하여 선제적으로 국가단위, 지역단위 위험을 관리하는 한편, 재난 심리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복구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선진국은 재난이 일어나지 않는 나라가 아니라 같은 재난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 시스템을 개선하고, 슬픔을 위로하며 공동체의 회복을 향해 나아가는 나라라고 한다. 일상 회복을 향한 모두의 노력, 지금 우리는 미래의 안전 동력 확보를 위한 시작점에 서 있다. 누구나 안전한 일터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국민의 안온한 일상을 되찾는 것은 소방의 존재 이유이자 목표이다. 그 안전의 울타리 안에서 소외되는 이가 없도록 꼼꼼하게 살피며 내일로 나아갈 것이다. 모두의 일상이 안전한 내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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