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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간호법 통과로 국민 ‘건강권리’ 회복…후속작업 속도 낼 것”

신경림 “간호법 통과로 국민 ‘건강권리’ 회복…후속작업 속도 낼 것”

기사승인 2024. 08. 3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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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간호협회 간호법제정특위원장
'건강엔 여야 없다' 정치권 설득
65만 간호사 '숙원' 첫단추 끼워
환자 치료에 전념하는 계기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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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대한간호협회 간호법제정특별위원회 위원장
진료보조(PA) 간호사 의료행위의 법적 근거를 골자로 한 간호법 제정안(간호법)이 여야 합의를 거쳐 지난 28일 국회를 최종 통과했다.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비롯해 면허와 자격, 권리와 책무, 수급과 교육, 장기근속 등을 위한 간호정책 개선에 관련한 사항 등을 담은 간호법 제정으로 일선 간호사의 법적 안정성이 강화됐다. 간호법 제정을 위해 애써온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간호법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을 30일 만나 소회를 들어봤다.

신 위원장은 먼저 간호법 제정을 위해 도움 준 여야 정치권 및 정부에 감사를 표했다. 아울러 간호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지지를 보내준 국민께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신 위원장은 간호법 제정으로 65만 간호인의 숙원이 풀렸다고 했다. 신 위원장은 "간호사들은 늘 제도권의 의료현장에서 일하지만 문제 발생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법의 사각지대가 존재했다"면서 "의료 분쟁이 생길 때 간호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법은 '간호사는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를 한다'는 의료법 한 줄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 위원장은 "PA 간호사(진료지원 간호사)는 의사가 부족한 수술실 등에서 의사 업무를 하는 간호사"라며 "하지만 이건 명백한 불법으로, 병원의 이익 때문에 간호사를 시켰던 것인데 이런 행위를 하다가 의료사고나 분쟁이 발생하면 책임은 고스란히 행위를 한 간호사가 져야 했다"고 말했다.

간호법 제정이 가져올 순기능에 대해 신 위원장은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영역과 하면 안되는 것이 명확해졌다고 강조했다. 의사 없이 혈압을 재거나 간호사 면허를 가진 양호선생님이 다친 학생을 드레싱(상처치료) 하는 것조차 불법이었지만, 이제 법의 테두리 안에서 환자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라고 신 위원장은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간호법 제정으로 무엇보다 '건강권리'를 국민이 가져가게 된 점을 간호법 제정의 가장 큰 의미로 꼽았다. 신 위원장은 "건강권리는 국민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라며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우리가 내는 국민건강보험과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으로,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은 국민의 권리인 '건강권리'가 의료기관과 의사에 귀속됐었다는 게 신 위원장의 지적이다. 관련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의사가 할 일을 간호사에세 시키고 간호사가 할 일을 간호조무사에게 시키고 그 차액을 부당한 이익으로 가져가는 과정에서 국민들은 똑같은 돈을 내고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못받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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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대한간호협회 간호법제정특별위원회 위원장
신 위원장은 "간호사 1명이 돌보는 환자는 선진국은 5명~7명 정도인데 우리는 16명이 넘는다"며 "환자는 제대로 된 관리를 받기가 어렵고, 간호사 업무는 과중되는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간호법 제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간호법 제정은 입법과정의 순탄치 않았다. 직역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첨예한 주제이다보니 지난 19년 간 5차례 입법 시도가 있었을 정도다. 신 위원장은 "반대가 워낙 심해 통과는 물론 발의조차 어려운 일이었고 또 상대가 우리사회의 초엘리트 집단인 의사협회라서 정치력과 자본의 차이도 큰 싸움이었다"고 회고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본회의에 통과되고도 의사협회 주도의 반대와 야당 주도의 법안 통과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을 통과하지 못해 결국 무산됐을 만큼 간호법 제정은 지난한 여정의 계속이었다. 기존 법률 수정안이나 하위법을 만드는 것도 아닌 독자적인 법률 체계를 가진 새로운 법률을 만드는 일인지라 대충 몇몇 국회의원을 설득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문제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22대 국회 역시 여야 갈등이 극단을 치닫으면서 여야 합의로 법 제정이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 지속됐다.

신 위원장은 "건강에는 여야가 없다. 무조건 여당과 야당의 합의를 이끌어 내자고 생각했다"면서 국회와 보건복지부에서 살다시피 하며 설득에 설득에 나섰다. 그는 "새벽부터 가서 국회의원 한분 한분 만나고 정부 관계자를 만나서 회의하면서 또 다시 설득했다"며 "야당 의원을 만나면 여당 의원도 만났다"고 말했다.

간호협회 내부 단속에도 애썼다. 잇단 간호법 제정 실패로 '간호법은 힘들겠다'는 패배 분위기가 심해졌다고 봤기 때문이다. 신 위원장은 "간호법이 통과 되려면 힘을 합쳐야 되기 때문에 전국 지부를 다니면서 간호법 특강을 하기 시작했다"며 "아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지금 정치권에서도 다시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꼭 해낼거다"라며 간호사들을 설득했다.

간호법 제정에 태풍급 충격은 의대정원 확대 반대로 의사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 의료대란 발생이었다. 당시 간호사들은 "절대로 환자 곁을 떠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신 위원장은 "국가 위기의 순간인 코로나 때 의사파업으로 의사들이 없을 때도 간호사들은 국민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며 "국민들이 아플 때 믿을 구석이라고는 의사와 간호사 밖에 없다. 당연히 현장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이런 국민과의 신뢰가 간호법 통과를 만들어 낸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했다. 간호법 제정에도 아직 갈길이 멀고 할일이 남았다. 신 위원장은 "이제 큰 가닥이 잡혔으니 시행령, 시행규칙에서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간호사 1인당 환자수를 선진국 수준까지 늘리고 환자들의 간병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확대, 숙련된 간호사들이 현장에 오래 남도록 간호환경 및 처우개선 등도 시급한 과제다. 신 위원장은 "의료는 돈벌이 수단이 돼선 안된다"며 "국민 건강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복지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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