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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서울대병원도 휴진 철회하는데 굳이”…세브란스병원 휴진 강행에 환자들 분노

[르포]“서울대병원도 휴진 철회하는데 굳이”…세브란스병원 휴진 강행에 환자들 분노

기사승인 2024. 06. 2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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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진료 알렸지만 의사 부재 통보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 업무 유지
한국중증질환協 "반인륜적 집단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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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27일 오전 11시께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이빈후과 앞은 텅 비어있다. /박주연 기자


"그래서 병원 진료를 한다는 겁니까 안 한다는 겁니까? 환자가 꼭두각시도 아니고, 헷갈려서 혼란스럽습니다." 


27일 오전 11시께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본관에서 만난 70대 남성 A씨는 격양된 목소리로 의사들 집단행동에 대해 성토했다.


A씨는 "3일 전 세브란스 휴진으로 진료가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었는데, 오늘 아침에 병원 일부는 정상 진료한다는 소식에 비행기 타고 병원에 왔다"며 "그런데 도착해보니 가정의학과에 진료 중인 의사는 없다고 안내를 받아 무척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체불명 어지럼증에 부산에서 서울까지 통원하며 치료받아 오고 있다.

A씨는 "서울대병원도 무기한 휴진을 철회한 상황에서 환자를 두고 세브란스병원마저 이렇게 휴진할지는 정말 몰랐다"며 "아픈 환자에게 진료는 소중한 시간인데, 진료를 받지 못한 슬픔은 크다. 선생님들 돌아와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연세의료원 산하 세브란스 본원·강남세브란스·용인세브란스병원 소속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27일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일부 혼선이 이어졌다. 병원은 '세브란스 병원은 정상 진료 중'이라고 알렸지만, 실제 환자들은 갑작스런 의사 부재 통보를 받으며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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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27일 오전 11시께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본관 3층에는 '세브란스 병원은 정상 진료 중입니다'라는 문구가 띄어져있다. /김서윤 기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성명서를 통해 '무기한 휴진'을 밝혔다. 다만 입원 병동, 응급실, 중환자실, 투석실 등 필수 유지 업무는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일부 환자들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지만 병원은 '세브란스 병원은 정상 진료 중'이라는 안내 문구를 띄우며 환자들을 안심시키기에 급급했다. 병원은 병원 입구를 비롯해 곳곳의 진료실 앞 모니터 등에 정상 운영을 알리는 문구를 연신 띄웠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은 내원한 환자들 대부분은 차질 없이 진료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휴진하는 교수 대부분이 개인 사유나 병가, 학회 참석 등을 사유로 연차를 쓴 탓에 집단행동 명분으로 참여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병원측에서 휴진을 협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저마다 불안을 숨기지 못했다. 경기 위례에서 온 박모씨(68·여)는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병원에 주기적으로 와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뉴스나 주변 사람들이 휴진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와 불안하지 않을 날이 없다"며 "다행히 오늘은 진료를 받았지만, 언제 어떻게 취소될지 몰라 늘 불안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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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27일 오전 11시께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앞은 텅 비어있다. /김서윤 기자


또 다른 박모씨(81·여)도 "병원에서 3일 전 의사 휴진 때문에 진료가 취소됐다가 오늘 아침에 갑자기 예정돼있던 담당 교수에게 오전 진료받을 수 있다는 문자가 날아와 급하게 병원을 왔다"며 "갑자기 받은 안내로 황당했지만, 언제 또 취소될지 모르는 불안감에 진료받아야 할 2개 과목 중 1개라도 진료받으려고 모든 일정 취소하고 일단 왔다"고 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세브란스병원에 대해 무기한 전면 휴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성주 중증질환연합회 회장은 "서울대를 비롯한 몇몇 주요 대학이 집단휴진 철회를 결의한 이 마당에 연세대 의대 교수들의 무기한 전면 휴진 결정은 반인륜적 집단행동"이라며 "연세대 교수들의 집단 휴진은 국민을 무시하는 행동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며, 환자생명을 볼모로 잡는 의사의 행태에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어 "어떤 이유로도 의사가 환자 곁을 떠난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며 "연세대 의대교수들은 의료현장으로 즉각 복귀하길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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