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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원수가 의원회관 이웃으로… ‘불편한 동거’ 나서는 당선인들

어제의 원수가 의원회관 이웃으로… ‘불편한 동거’ 나서는 당선인들

기사승인 2024. 05. 2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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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욕 논란 상대 이준석·인요한 등
30일 개원하는 새국회서 대거 재회
같은층 배정 논란… 협력 여부 주목


오는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피해자와 피의자, 스승을 비판했던 제자, 중진을 공격한 초선들 등 '불편한 관계'의 당선인들이 대거 재회한다. 이들이 의원회관에서 같은 층에 의원실을 배정받거나, 국회 상임위원회가 겹친다면 약 2년간 동거동락하며 '미운정'을 쌓게 된다. 22대 당선인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며 '정치엔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는 오랜 격언을 실천할지 주목된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와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22대 국회 개원도 전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두 사람의 악연은 2018년 '문재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역 울산시장으로 재선을 노리던 김 전 대표는 선거를 앞두고 측근 비위 의혹, 정치자금 등 전방위적인 수사를 받다가 패했다. 이때 김 전 대표 수사를 진행했던 울산지방경찰청장이 황 원내대표다. 이후 법원은 김 전 대표를 꺾고 울산시장에 당선됐던 송철호 전 시장과 황 원내대표에게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문제는 두 사람이 22대 국회에서 의원회관 5층을 나란히 쓰게 됐다는 점이다. 김기현 전 대표실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본지에 "김기현은 피해자고 황운하는 1심에서 실형 3년을 선고받은 피의자인데 이렇게 같은 공간에 둔다는 게 정치 상도의에 어긋난다고 본다"며 "의원회관에 방이 이렇게 많은데 굳이 김 전 대표 방 근처로 배정하느냐"고 황당해했다. 조국혁신당의 방 배치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변동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준석 개혁신당 당선인은 22대 국회에서 '영어 문전박대'와 '부모욕 논란'의 상대였던 인요한 국민의힘 당선인과 조우하게 됐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었던 인 당선인은 지난해 이 당선인의 탈당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는데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마찰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특히 인 당선인이 충남 당 행사에서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 그것은 준석이 잘못이 아니라 부모 잘못이 큰 것 같다"고 말한 게 알려지며 '부모욕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인 당선인이 부모 관련 발언을 사과했고 이 당선인은 "하여간 수고하셨다"며 떨떠름한 매듭을 지었다.

나경원 당선인은 지난해 3·8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불출마를 강요하는 연판장을 돌린 초선들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연판장 초선' 48명 가운데 23명이 이번 총선에서 생환했기 때문이다. 나 당선인에게 '마음의 빚'을 진 초선들이 다가오는 전당대회에서 힘을 실어줄지 관건이다. 나 당선인도 CBS라디오에서 "연판장에 서명 안 한 사람하고만 놀려면 같이 할 사람이 별로 없다"고 했다.

김재섭 당선인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서울대 법대에서 학생과 교수로 만났던 사이다. 김 당선인은 '조국 사태' 당시 "그가 가르쳐줬던 정의는 자기 편의 정의에 불과했고, 그가 가르쳐준 공정은 자기의 실리를 가능케 하는 수단에 불과했다"며 "그는 위선자였고 우리는 철저히 배신당했다"고 일갈한 바 있다. 두 사람은 22대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 만날 가능성이 크다. 김 당선인은 본지에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함께 일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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