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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달러 물가 상승에 뒤바뀐 남미 원정쇼핑 지형

아르헨 달러 물가 상승에 뒤바뀐 남미 원정쇼핑 지형

기사승인 2024. 04. 0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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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이 정부 출범 이후 아르헨 찾던 발길 뚝
칠레·우루과이行 원정쇼핑 차량 연일 장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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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칠레로 원정 쇼핑을 떠나려는 아르헨티나 차량 행렬이 양국 국경 지대에 길게 줄지어 서있다. /출처=아르헨티나 일간 인포바에
새 정부가 출범한 아르헨티나에서 달러 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남미 원정쇼핑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아르헨티나 페소-달러 환율이 비교적 안정세를 구가하고 있는 반면 소비자물가는 가파른 오름세를 타면서다.

2일 현지 일간 라나시온에 따르면 부활절 연휴를 이용해 아르헨티나 지방 대도시 멘도사에선 쇼핑객 4만3000여명이 안데스산맥을 넘어 칠레로 건너갔다. 신문은 "차량 행렬이 워낙 길어 한때 칠레 입국에 12시간이 걸리기도 했다"며 원정쇼핑 후 돌아오는 자동차에는 의류, 식료품, 전자제품 등이 가득 실려 있었다고 보도했다.

칠레와 인접한 멘도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칠레 소비자에게 원정쇼핑의 성지로 불리던 곳이다. 매달 연인원 20만여명의 칠레 소비자가 멘도사를 찾았다. 칠레 소비자를 몰리게 한 건 저렴한 달러 물가였다. 칠레 페소를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4950페소를 줘야 살 수 있는 오렌지주스를 국경만 넘으면 아르헨티나에선 750페소, 무려 85%나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당시 칠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불과 100달러로 2개월 먹을 식료품을 샀다. 칠레에선 보름 먹을 식료품을 사기에도 부족한 돈이었다"는 등 아르헨티나의 저렴한 달러 물가가 실감된다는 체험담이 넘쳤다.

아르헨티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또 다른 인접국가 우루과이도 사정은 비슷했다. 양국을 연결하는 도로를 보면 아르헨티나에서 우루과이로 넘어가는 차로는 텅 비어 있지만 반대 차로는 자동차가 밀려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우루과이 정부는 최근 "아르헨티나 원정쇼핑이 유행하면서 2023년 최소한 5000만 달러의 세수 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우파 정부가 출범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시장경제를 되살리겠다고 공언한 밀레이 정부는 페소화 평가절하를 단행하는 한편 인플레이션 억제의 일환으로 전임 좌파 정부가 시행한 시장 개입(생필품 가격동결)을 중단했다.

페소-달러 환율의 기준이 됐던 암달러는 평가절하 직후 800페소에서 1200페소까지 치솟았다가 지금은 1000페소 안팎에서 안정세를 구가하고 있지만 고삐가 풀린 물가는 여전히 껑충껑충 뛰고 있다. 통계청(INDEC)에 따르면 지난 2월 아르헨티나의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13.2%, 지난해 동월과 비교하면 무려 276.2% 상승했다.

3월 물가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월간 기준으로 15%대 인플레이션이 예상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예상이 적중한다면 아르헨티나의 달러 물가는 더욱 비싸진다. 경제전문가 호르헤 베르가스는 "지난해까진 페소화 물가만 올랐다면 이젠 페소화 물가와 달러 물가가 동시에 오르고 있는 형국"이라며 "외국인으로선 더 이상 쇼핑을 위해 아르헨티나를 찾을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페소-달러 환율 때문에 브랜드 백팩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이 이미 미국과 같거나 비싸졌다"며 "당분간 환율 급변을 가져올 변수는 보이지 않아 뒤바뀐 남미의 원정쇼핑 지형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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