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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원에 영화보고 추억 소환… 어르신들 “젊어지는 기분”

2000원에 영화보고 추억 소환… 어르신들 “젊어지는 기분”

기사승인 2024. 06. 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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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현재 잇는 실버영화관·낭만극장
하루 평균 관람객들 600여 명 '북적'
해마다 노인 느는데… 즐길 곳 부족
"노년기 '문화체험·교류활동' 중요"
50~80대 어르신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4층에 위치한 실버영화관·낭만극장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티켓을 구매하고 있다(왼쪽 사진). 어르신들이 '007 옥토퍼시(1984년 작품)' 영화를 보고 있다. /박주연 기자

"노인정보다는 영화관에서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문화생활을 하니까 젊어지는 기분입니다."

10일 오전 10시께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4층에 있는 실버영화관·낭만극장 앞은 50~80대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이곳은 어르신들이 젊은 시절의 추억을 다시금 소환하는 추억의 영화관이다. 극장 로비에 들어서면 옛날 영화 포스터들이 전시돼 있고,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올드 팝송이 귀를 감싸며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입장 전 줄을 선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기대가 가득해 보였다.

한 어르신은 옆에 서 있는 친구에게 "이 영화, 내가 젊었을 때 정말 좋아했던 작품이야"라고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이날 낭만극장에서 상영한 '007 옥토퍼시' 영화를 보러 온 어르신은 150명에 달했다.

종로의 실버영화관·낭만극장은 어르신들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특별한 공간이다. 이곳에서의 영화 한 편은 그들의 삶에 깊은 감동과 기쁨을 주며, 어르신들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은평구 연신내에서 온 최준호씨(81)는 "극장에 붙여진 포스터나 꾸며 놓은 인테리어만 봐도 어렸을 때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어 기쁘다"며 "집에 있으면 할 것도 없는데, 2000원이면 영화도 보고 극장 근처에서는 3000원에 끼니도 해결할 수 있어 부담이 적어 1주일에 4번은 온다"고 말했다.

낭만극장에 따르면 1일 평균 찾아오는 관객은 600여 명에 이른다. 연령 제한은 없지만, 대다수가 60대 이상의 어르신이다. 이곳에선 CGV나 메가박스 같은 대형 영화관에서 상영하지 않는 몽키비즈니스(1952년 영화), 천사탈주(1989년 영화) 등 국내외 고전영화를 상영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같이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민간 실버 극장은 전국에 단 4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노인 인구는 증가하고 있지만, 고령화 사회에 맞는 노인 문화 확충을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인구수는 지난해 912만2000명으로, 5년 전(768만8000명)과 비교하면 18%가량 증가한 수치로 매년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김은주 실버영화관 극장 대표는 "노인을 위한 문화 공간은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줄여주기 때문에 정신적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 증가할 노인 수를 고려해 보면, 정부의 복지 지원도 시대 흐름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노인들의 교류 공간과 문화 공간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년기는 사람들과의 교류가 절실한 시기"라며 "타인과의 교류 및 문화 체험 활동이 치매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노년기일수록 문화 체험은 삶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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