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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주취자 사고에 일선 경찰 ‘시름’···“현실 동 떨어진 제도 맹점”

잇따른 주취자 사고에 일선 경찰 ‘시름’···“현실 동 떨어진 제도 맹점”

기사승인 2023. 03. 3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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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취자, 경찰 떠넘기기 문제"···직협, 대정부 시위
경직법, 시설·의료 지식 없는 경찰에 보호 명시
직협, '정부·지자체 전담' 등 후속 조치 촉구해
전문가 "권역별시설 등 지차체·병원 협력해야"
경찰 마크 송의주 기자
주취자 사망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주취자 시설·의료 지식' 없는 경찰만 책임지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경찰 목소리가 나왔다.

30일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는 주취자 문제를 경찰에 떠넘기는 상황을 해결해야 근본적인 주취자 보호가 가능하다며 대정부 시위를 진행했다. 의료 전문성과 주취자 보호시설 없는 경찰에 책임을 전담시켜 대응 허점이 발생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직협은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주취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열고 예산·인력·시설을 보장하는 '주취자보호법' 제정과 '주취자 초동 조치 외 후속 조치에 대한 보건복지부·지자체 전담'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주취자 보호가 경찰에만 떠맡겨져 제대로 된 대응이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월 경찰은 서울 동대문구 한 인도에 50대 남성 A씨가 술에 취해 누워있던 현장에 출동했지만 A씨가 대화를 거부하자 그대로 두고 맞은편 순찰차로 돌아가 대기한 사이 A씨가 승합차에 치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해 11월에도 서울 강북구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한파 속에 만취한 B씨를 집 앞 대문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가 결국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경찰 부실 대응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직협은 주취자 사망사고의 주 원인으로 작용하는 현실과 떨어진 제도상 맹점 개선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은 주취자를 경찰관서에 보호하도록 하고 있지만 보호시설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경찰관직무직행법(경직법) 제4조는 '술에 취해 자신 또는 다른 사람에게 위험을 미칠 수 있는 사람 등에 대해 보건의료기관이나 공공구호기관에 긴급구호를 요청하거나 경찰관서에서 보호할 수 있고, 긴급구호를 요청받은 보건의료기관 등은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할 수 없다'고 명시됐다.

하지만 현재 경찰관서에는 주취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이 전무한 상황이다. 2000년 시행된 경찰관서 내 주취자 안정실은 의학전문 지식이 없는 경찰관이 보호를 전담하다 안정실에서 주취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인권침해 논란이 커지면서 2009년 공식 폐지됐다.

주취자 안정실 폐기 후 실시 중인 주취자응급의료센터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달 발표한 '주취자 보호·관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경찰은 2012년부터 국공립 의료시설 중심으로 주취자응급의료센터를 설치해 현재 전국 21개 주취자응급의료센터가 설치됐다. 하지만 병상 수는 48개에 불과하고 상주 경찰관도 79명뿐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주취자 관련 112신고 건수 연간 98만건, 월평균 8만여건에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현실에서 병원 측이 주취자 보호를 거부하는 실정이라고도 말했다. 일선 한 경찰관은 "경찰이나 소방관이 주취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려 해도 병원 측에서 의사나 병실이 없다거나 병원에서 행패를 부리면 어떻게 하느냐 등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며 "주취자를 경찰관서에 보호하면 주취자와 실랑이가 생겨 다른 업무까지 지장이 큰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특히 경직법은 응급구호 여부 판단을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경찰관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 주취자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를 담보하지 못하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부산 16개 경찰관서 직장협의회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정학섭 경감은 "부족한 주취자응급의료센터 마저도 낮은 인건비 등으로 의사들이 기피해 실효성이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주취자응급의료센터 관리와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또 현실과 떨어져있는 경직법상 24시간 이내 경찰관서에 보호조치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삭제하고 주취자는 반드시 의료진이 있는 보호시설에서 보호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유관기관 간 협력 없이는 주취자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의견이다. 이송림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주취자 문제는 보호·처벌·치료·후생 등 복합 성격이어서 경찰 단독으로 근본 해법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지자체가 주도하고 소방, 의료기관, 복지기관 등이 연계 참여하는 권역별 거점 보호시설 설치 등 유관기관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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