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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감산 애타게 기다리는 SK하이닉스·마이크론…최악 업황에 하소연

삼성전자 감산 애타게 기다리는 SK하이닉스·마이크론…최악 업황에 하소연

기사승인 2023. 03. 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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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번도 감산 언급 없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시설투자 비용 반으로
마이크론 3조원 대 분기 손실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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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가지 말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죄수의 딜레마'처럼 고객사들은 계속 게임을 한다. 다운사이클에서 공급이 초과하면 가격 하락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2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메모리 업계의 비트그로스가 마이너스로 전환된다면 시장 회복이 가속화될 수 있다."(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 28일 2023년도 2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이제 메모리 1위 삼성전자의 결단만 남은걸까. 2위 SK하이닉스와 3위 마이크론의 주주총회와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의 감산 동참을 암시하는 듯 한 우회 발언이 나왔다. 다만 삼성전자에 정통한 이들은 회사가 직접적으로 감산을 언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귀띔한다. 감산 신호를 주더라도 '탄력적인 생산 조율' 혹은 '수요에 대응한 생산' 정도로 완화된 표현을 쓸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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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마이크론
◇마이크론 매출 반토막에 적자, SK하이닉스 시설투자 작년의 절반으로
마이크론은 28일(현지시간) 올해 2분기(12~2월) 매출 36억9000만 달러(약 4조7888억원), 영업손실 23억1000만 달러(2조9979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3% 급감, 영업손실 규모는 사상 최대였던 19억4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마이크론은 올해 D램 비트그로스(반도체 출하량 증가율)를 5%, 낸드는 10%로 낮췄다.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의 비트그로스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이 사실상 추가 감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위기가 메모리 시장을 강타했던 2008년에도 D램 비트그로스는 20%대를 유지했다"며 "이번 메모리 수요 절벽은 사실상 3사 과점 체제가 완성된 후 처음 겪는 난이도"라고 설명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이 올해 D램 수요 성장을 10%에서 5%로 하향했다"며 "작년이 초유의 제로 성장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 5% 성장은 최소한의 기저효과도 없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재정 긴축의 수준도 더 높였다. 올해 시설투자 예상금액은 70억 달러로, 지난 1분기 컨콜에서 밝혔던 80억 달러보다 급감했다. 인력 감축 규모도 전 직원의 10%에서 15%로 늘었다. 마이크론은 이 외에도 운영비 삭감, 상여금 회수, 경영진 급여 삭감 등 위기극복을 위한 조치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올해 시장 수요와 재고를 감안해 생산 규모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정호 부회장은 "과거에는 선제 투자로 빠르게 생산 역량을 확보했지만 지금은 상황에 맞게 양산 속도를 유연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설투자에 지난해에는 19조원을 썼지만 올해는 50% 이상 줄인 한 자릿수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운영 비용도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금융정보회사 에프엔가이드가 취합한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의 예상 매출은 5조907억원, 영업손실은 3조4864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8.12% 줄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이 예상된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도 메모리 업황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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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이천 본사/사진=연합
◇삼성전자 감산은 아직 감감무소식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주주총회와 마이크론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를 겨냥한 듯한 발언이 나온 데 주목하고 있다.

박정호 부회장이 주주총회에서 언급한 죄수의 딜레마란 협력이 모두에게 최선이지만 자신의 이익을 고려한 선택 때문에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현상을 뜻한다. 메흐로트라 CEO의 발언도 모두가 동참해 업계의 비트그로스 증가율을 낮춰야 시장이 회복된다는 의미로, 역시 삼성전자의 감산 동참을 요구하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삼성전자의 감산 동참을 바라는 이유는 단순하다. 지난해 4분기 기준 D램 시장 점유율 45%를 점유한 최대 제조사가 생산량을 줄이는 것만큼 빠른 업황 회복의 계기가 없기 때문이다. 3사 모두 감산을 단행하면 D램 생산량이 줄고, 시장 내 재고 소진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최대 제조사가 생산량을 줄인다는 소식만으로도 2~3위 업체와 고객사 간 협상 분위기도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고 소진 후 가격 반등을 고려한 고객사들이 주문을 늘리기 시작하면, 메모리 업황이 살아난다는 계산이다.

삼성전자가 시장에 감산 신호를 주기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 실적 설명회에서 선두업체를 의식한 여러 코멘트(점유율 욕심 배제, 가동률 추가 조정)가 관찰되긴 했으나 선두업체 입장에서 의사 결정을 바꿀만한 핵심 키워드(라인 가동중단 수준의 대폭 감산)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또 "현재 메모리 업체들의 투자, 생산 감소폭은 아직 선두업체의 '명분'을 형성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언제나 공급 또는 투자는 지연 발생하는 특성이 있지만, 이제라도 과감한 공급축소가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2~3위 업체가 '라인 셧다운' 수준의 극단의 전략을 취해야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말, 3분기 초 정도에 공급 조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감산에 따른 가동률 하락으로 마이크론 실적이 악화됐다는 지적도 있다. 황 연구원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고의 평가 손실도 실적악화 원인이지만, 가동률이 줄어 발생한 비용도 있다"며 "감산은 공짜가 아니며 생산을 덜 하면 그만큼 단위 당 감가상각과 같은 고정비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감산을 해서 (반도체) 가격이 반등한다해도 삼성전자가 남 좋은 일을 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하는 투자자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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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게티이미지뱅크
◇일단 하반기 수요회복 기대…"스마트폰·PC 일부 고객사 재고 소진"
메모리 기업들은 일단 하반기 수요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슈미트 사다나 마이크론 최고 비즈니스 책임자는 "PC 공급업체의 재고 감소와 스마트폰 제조사의 재고 개선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서버에 대해서는 "아직 소진해야 할 재고가 많지만, 올해 말까지 상태가 더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인공지능(AI) 서비스 상용화도 반도체 수요 회복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빅테크 기업들이 AI를 서비스에 구현하려면 고용량·고대역폭 D램(HBM) 수요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박정호 부회장은 "최근 화제가 된 챗GPT 동작에는 고성능 컴퓨팅뿐 아니라 고속 고용량 메모리가 필요하다"며 "실제로 서비스에 우리 회사의 HBM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HBM3를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28~2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컴퓨터 역사 박물관에서 AI 관련 메모리 솔루션 학회 'MemCon 2023'을 열었다. 삼성전자가 AI 메모리 솔루션 학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는 "AI 분야 고객사들에게 삼성전자의 메모리 솔루션을 소개하고 기술 트렌드를 공유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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