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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벨라루스에 전술핵 배치”…나토 최전방에 핵 압박

푸틴 “벨라루스에 전술핵 배치”…나토 최전방에 핵 압박

기사승인 2023. 03. 2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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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련 붕괴 후 약 30년 만에 첫 국외 배치
미 당국 "러시아, 핵 사용 준비 징후는 없어"
Russia Putin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비탈리 사벨리예프 교통부 장관의 보고를 듣고 있다. /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동맹국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약 30년 만의 첫 국외 핵무기 배치로 우크라이나전을 지원하는 서방을 압박하며 핵 위협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오랫동안 러시아에 전술 핵무기 배치를 요청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을 예를 들며 "수십 년간 전술 핵무기를 동맹국에 배치해왔다"며 이번 벨라루스 핵 배치 결정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핵비확산 합의를 어기지 않으면서 미국과 똑같이 하기로 벨라루스와 합의했다"고 말했다. 또 "핵무기를 벨라루스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처럼 배치하는 것"이라며 핵무기 통제권을 벨라루스에 넘기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운반체계인 이스칸데르 미사일 다수와 10대의 항공기를 벨라루스에 이미 주둔시켰고, 오는 7월 1일까지 전술 핵무기 저장고를 완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구소련이 1991년 붕괴하면서 우크라이나·벨라루스·카자흐스탄 등에 있던 핵 무기를 러시아로 옮기기로 각국이 합의한 뒤 핵탄두 이전이 1996년 완료된 이후 약 30년 만에 나온 첫 핵 정책 변화로 푸틴의 의도에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벨라루스에 핵 배치 카드를 들고 나토 전선에 강한 압박을 가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니콜라이 소콜 빈 군축·비확산센터(VCDNP) 선임연구원은 "이것은 매우 중대한 움직임"이라며 "러시아가 자국 영토 밖에 핵무기를 두지 않았다는 점을 자랑으로 여겨왔던 것에서 매우 커다란 변화"라고 평가했다. 한스 크리스텐슨 미국과학자연맹(FAS) 국장은 "나토를 위협하려는 푸틴의 게임"이라며 "러시아 내에 이런 핵무기가 매우 많이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벨라루스 배치에 딱히 군사적 효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영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차용 열화우라늄탄 제공에 "상응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발해 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도 열화우라늄탄과 관련해 "러시아도 과장하지 않고 그런 포탄 수십만 발이 있지만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위협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다만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러시아의 핵 위협과 관련해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는 어떤 징후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나토 동맹의 집단 방위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내 1600대의 전차를 생산할 것이라며 서방의 대(對) 우크라이나 전차 지원에도 자신감을 내보였지만, 러시아군은 최대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의 소모전으로 전력이 상당히 약화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돈바스 지역 바흐무트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크게 잦아들었다"며 "러시아가 결정적인 결과를 얻지 못함에 따라 보다 방어적인 작전 체계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는 바흐무트에서 충돌이 하루 평균 30∼50건에서 20건 아래로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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