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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40년①] “삼성 아니면 못한다”… 위기 넘어 미래 열었다

[삼성 반도체 40년①] “삼성 아니면 못한다”… 위기 넘어 미래 열었다

기사승인 2023. 02. 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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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서 희망 엿본 이병철 회장
국내외 우려 딛고 과감한 도전장
이재용, 시스템 반도체 왕좌 노려
추격자 도전 속 정부 지원도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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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일본 도쿄에서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TV 하나 제대로 못 만들던 삼성을 최첨단기술 집약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게 만든 그 배경은 절박함이었다. 기름 한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해외에서 손 벌리는 제품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본을 찾은 창업회장은 반도체에서 그 미래를 봤다. '사업보국' 일념과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이 만나 이뤄낸 역사적 순간이었다. 꿈을 향한 도전은 현실이 됐다. 40년이 지난 지금 손자 이재용 회장은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를 지켜가며 시스템반도체 왕좌에 도전하고 있다. 빠르게 재편되는 세계경제 질서와 불확실성 속에서 할아버지 이병철 창업 회장의 '도쿄선언'과 아버지 이건희 선대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잇는 이 회장식 신경영 전략이 나올 지 이목이 쏠린다.

◇"위험 뛰어 넘어야 삼성의 내일 열린다"… 40년전 이병철 창업회장의 결단
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8일이면 이 창업회장이 '초고밀도집적회로(VLSI)'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1983년 2월 8일의 이른 바 '도쿄선언' 이후 꼭 40년이 된다. 호암자전에서 이 창업회장은 "막대한 투자, 기술혁신 주기가 짧은 반도체 생산에는 많은 위험이 따른다"면서 "그 위험을 뛰어넘어 성공을 쟁취해야 삼성의 내일이 열릴 것이라 확신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당시 이 창업회장의 반도체 진출 계획은 최강국 미국과 일본의 비웃음 대상이 됐고 국내에선 삼성그룹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불거졌다. 가전제품용 회로도 겨우 만들어 내는 회사가 세계 최고 선진국 일등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판단에서다.

이 창업회장은 단호했다. 그는 "실패하면 삼성그룹 절반이 날아갈지도 모른다"면서도 "삼성이 아니면 이 모험을 하기 어렵다"며 밀고 나갔다. 결단과 의지의 결과는 오래지 않아 드러났다. 도쿄선언 후 불과 10개월, 삼성은 세계에서 3번째로 64K D램을 개발했다. 누구도 성공을 떠올리지 못한 때이기 때문에 '기적'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1992년 세계 최초 64MB D램 개발로 D램 시장 1위에 오른 삼성은 이후 수도 없이 '세계 최초' 타이틀의 제품을 내놨고 30년째 명실상부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현재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70%를 혼자 감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수출 20%를 책임지고 있다. '사업보국'을 외친 이병철 회장의 혜안과 뚝심이 지금 한국을 세계 최대 반도체 국가이자 첨단산업의 메카, ICT 무역강국으로 키워낸 것이다.

◇'위기에 진짜 실력' 이재용, 또한번 퀀텀 점프할까
40년이 지난 지금 삼성전자는 또한번 위기를 맞았다. 팬데믹이 불러 온 공급·수요 불균형에 메모리반도체 단가는 바닥을 쳤고 삼성의 4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97% 수직낙하한 2700억원까지 곤두박질 쳤다. 최고 효자인 메모리부문은 대규모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새롭게 진출한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파운드리 최강자 TSMC를 상대로 고전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33.8%포인트 격차를 보였던 삼성과 TSMC간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0.6%포인트로 오히려 벌어졌다.

경쟁의 핵심은 초격차 기술력이다. 삼성은 3나노 반도체 세계 최초 양산을 성공시키며 앞서갔지만 여전히 고객사는 TSMC가 장악하고 있다. 앞으로 2나노 공정 양산은 양 사 뿐 아니라 인텔과 일본 기업까지 가세한다. 이 회장이 지난해 10월 회장 취임 소회에서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한 배경이다.

이 회장은 올해 260억달러에 이르는 글로벌 반도체 설비투자를 계획 중이지만 방향성을 잡기가 쉽지 않다. 전략자원이 된 반도체산업을 육성하려는 미국과 중국간 경쟁 속 세계 판도가 빠르게 재편되는 중이라서다. 이 회장은 2016년 약 10조원을 들여 하만을 인수한 '메가 딜' 이후 이렇다 할 추가 인수합병이 없는 상태이지만 시장 불확실성이 잦아지는 대로 대형 M&A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기대가 나오는 대목은 "위기에 진짜 실력이 나온다"는 이 회장의 자신감이다. 불황이 올 때마다 삼성은 오히려 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릴 기회로 삼아온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그동안 '세상에 없던 기술'과 '만들어 나갈 인재'를 강조해 왔다"며 "삼성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국제정치 수완을 발휘하고, 각종 투자지원 카드를 꺼내놔야 할 때"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이날도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사업장을 찾아 핵심 제품을 개발하는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끊임없이 혁신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우자"며 '미래 핵심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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