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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학 칼럼] 윤석열 대통령은 법률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강성학 칼럼] 윤석열 대통령은 법률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22. 09. 2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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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 인터뷰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
언젠가 영국의 판사인 데닝(Denning)경은 법률가들과 교수들의 차이에 대해 "변호사들의 기능은 자기들이 마주하는 모든 어려운 문제들의 해결책을 발견하는 것인 반면에, 교수들의 기능은 모든 해결책의 어려움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작금에 많은 어려움들이 해결책의 수를 앞지르는 것 같다. 그것은 물론 윤석열 정부의 수많은 법률가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고 있거나 혹은 윤 정부에 너무나 많은 교수들이 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진실한 법률가이다. 그러므로 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솜씨 좋게 계란말이를 만드는 모습이나 현란하게 김치찌개를 끓이는 장면보다는 조용히 두꺼운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싶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의 대부"이며 미국의 역대 45명의 대통령 중 위대한 대통령 6위에 올라있는 해리 S. 트루먼 (Harry S. Truman) 대통령의 말처럼 "모든 독서가가 다 지도자가 될 수는 없지만 그러나 모든 지도자는 독서가가 되어야 한다"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근대의 역사에서 독서광으로 자율학습을 통해 위대한 영웅이 된 지도자들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에이브러햄 링컨, 해리 S 트루먼 등 수없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에서 법학을 수학했고 법률가가 되기 위해 오랫동안 법률서적 읽기에 전념했다. 법률서적들 외에 그는 부친의 권유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여 그때까지 경제학의 헤게모니였던 존 메이너드 케인즈를 뒤집은 밀턴 프리드먼의 경제학 책에 한때 심취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철저히 법률가이다. 법률가는 본질적으로 이미 발생한 사건을 다루면서 법적 타당성을 따지는 데 헌신하고 그 결과에 만족한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법률가는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는 미래의 문제를 추상적으로 말하는 가능성에 대해 별로 믿음이 없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기획이란 본질적으로 가상적이다. 그것의 성공은 기존의 틀을 초월하는 능력에 정확히 달려있다. 법률가들이 이 과업을 이행할 준비가 되어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는 자기의 직업에 의해서 고무되는 특별한 성질을 극복할 수 있는 정도로만 그 안에서 잘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법률가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각기 등장하는 일련의 문제들에 대한 세련된 분석이다. 그는 가상적 경우보다는 실재적 경우를 다루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들은 사태의 발전을 기다리고 문제의 정의 내에서 작동하려는 편견을 갖고 있다. 그는 본질적으로 국가와 사회의 현상유지의 확실한 안정을 추구한다.

그러나 정치란 본질적으로 미래의 역사를 위한 불확실한 투쟁의 세계이다. 그러므로 정치 지도자는 무엇보다도 역사의 진행에 제1차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치가의 진정한 과업이란 사회적 안정을 창조로, 긴장의 완화를 자유의 강화로, 그리고 인간의 자기방어를 위한 매몰을 인간의 진보로 전환시키기 위해 국가적 조건을 향상시키는 보다 적극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 나라의 미래와 윤 대통령 자신의 훌륭한 역사적 평가를 위해 법률가의 한계를 극복하고 진정한 정치가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인이 아니었지만 문재인 정권의 거듭된 자충수들로 인해 우연히 대통령이 되었다. 우연히 대통령이 되었지만 역사적 영웅의 반열에 오른 인물들이 있다. 20세기 유일하게 미국의 러시모어 산(Mount Rushmore)에 워싱턴, 링컨, 그리고 제퍼슨과 함께 그의 얼굴이 새겨진 제2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Thedore Roosevet) 대통령 그리고 대한민국의 대부인 제33대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이 그들이다. 알프레드 마한(Alfred Mahan)주의자였던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20세기 초 영국에 다음가는 세계 제2의 해군력을 구축하여 미국외교정책의 원칙인 먼로 독트린(Monroe Doctrine)을 구현하고 파나마 운하를 건설하고 러일전쟁의 종결과 모로코 위기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여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이 최초로 국제사회에서 주요 강대국으로 인정받게 한 미국의 위대한 지도자였다. 그리하여 그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의 평가에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해리 S. 트루먼은 제2차 대전 말기에 아시아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을 굴복시켜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장식했을 뿐만 아니라 트루먼 독트린(Truman Doctrine)과 마셜 플랜(Marshall Plan)을 실시하여 전후 자유 서방세계를 소련 공산주의의 확장으로부터 막아내고 1950년 공산침략에서 대한민국을 구원한 위대한 영웅이었다.

만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 두 영웅들 중에서 정치적 롤 모델을 찾으려 한다면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적합하다고 생각된다. 현재 대한민국은 20세기 초 미국처럼 경제적으로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지만 그러나 아직 주요 강대국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선진국 대한민국을 강대국으로 꾸준히 격상시킬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마주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역사의 주사위가 묘하게 돌다가 남북통일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신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독일통일의 아버지, 철의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의 말처럼, "정치가의 과제는 역사를 통해 행군하는 신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그가 지나갈 때 그의 옷자락을 잡아채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꾸어 말하면 정치가는 역사철학적 안목과 전략적 감각을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역사적 영웅의 리더십에 관한 책이나 그의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머리를 맑게 해줄 역사 철학서를 틈나는 대로 읽는 독서가의 모습을 보여주면 더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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