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트럼피즘’ 속 기업들, 나홀로 싸운다… 반도체·車 ‘암중모색’ 처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files.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121010011136

글자크기

닫기

안소연 기자 | 김정규 기자 | 연찬모 기자

승인 : 2024. 11. 21. 17:28

자동차 내수 부진에 美 시장 불안정성
반도체, 미·중 리스크에 수요 감소위기
화학 주요 사업 매각, 철강은 셧다운 강수
한경협 긴급 성명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이 21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에 참석해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급변한 영업환경 속에서 재계 1등 삼성의 위기설이 들끓고, SK는 연중 '서든데쓰'를 읊으며 경각심을 강조 중이다. 미국 정책 흐름을 잡아내려는 현대차의 안간힘은 트랜드에서 도태되는 순간 벼랑이라는 위기감으로 읽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도 우리 경제 성장률을 2.2%에서 2%로 낮춰 잡았다. 중국의 첨단산업 약진 속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2기를 맞이 하게 된 우리 재계가 처한 현주소다.

정부와 정치권은, 실상 밖으로는 '팀코리아'를 외치고 있지만 안으로는 상법개정을 추진하며 안팎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국내 간판 기업 경영진들이 모여 긴급성명까지 내놓은 배경이다.

21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국내 신차등록 누적 대수는 총 120만9154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8.7% 줄었다. 이는 지난 2013년 기록했던 117만5010대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친환경 흐름이 거세지며 기존 내연기관 차량 등록은 줄었지만,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그만큼 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심각한 내수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수출로 이를 보완하고 있는 형국이지만, 트럼프 당선 이후 최대 수출처였던 미국 시장의 불안정성마저 커지면서 현대차·기아 등 국내 자동차 업계는 시계제로 상태다.
iM증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관세 부과를 공언하며 관세율이 10~20% 적용될 경우,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월 2000억4000억 원, 1000억~2000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분야의 위기감도 어느 때보다 높다. 내년 이중삼중의 복합위기가 닥칠 것이란 걱정도 적지 않다.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일부 품목 전망은 좋지만 국내 반도체 산업을 향한 리스크가 점증되고 있어서다. 가장 큰 리스크는 역시 트럼프 행정부다. 공식 출범 이후 보조금 지급 축소나 폐지, 미국 내 추가 투자 압박 등이 거세질 것이란 게 국내 산업계의 우려다.

중국 반도체의 거센 추격도 국내 업계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현재 중국 메모리 업체는 현지 정부의 보조금을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 시장에서 중국 메모리 업체의 점유율이 올해 3분기 6% 수준에 그쳤지만, 내년 3분기에는 10.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설상가상으로 반도체 수요가 꺾일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내년에도 가격하락, 재고확대 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때 각 기업의 캐시카우이자 거침없는 연구개발(R&D)을 진행했던 화학산업군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맥을 못 추고 주요 설비나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불확실성에 대비해 현금이라도 쌓아놓자는 심산이다.

LG화학은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지속할 것으로 보고 설비투자 규모를 올 초 계획했던 4조원에서 2조원 중반으로 크게 줄이기로 했다. 효성화학은 세계 3위 규모의 특수가스 사업부를 매각할 예정이다. 최근까지 스틱인베스트먼트 및 아이엠엠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과 협상했으나 결렬됐고, 다른 투자자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올해 내내 적자를 낸 롯데케미칼은 유동성 위기와 관련한 홍역을 겪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2021년까지만해도 1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줄곧 수천억원대의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이차전지는 예상보다 캐즘이 길어지고 있는 데다가 트럼프 당선인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폐기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요세프 샤피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펠릭스 틴텔노트 듀크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세액공제 폐지 시 전기차 수요가 약 27%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국내 산업에서 이차전지 기업이 지니는 존재감은 막강하다. 1위 업체 LG에너지솔루션의 시총 순위는 코스피 3위로 현재 94조원 수준이다.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 불릴 만큼 우리 제조의 근간이었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맥을 못추고 있다. 여기에 전기료까지 오르면서 치솟는 제조 원가도 감당해야 하는 엎친데 덮친격의 상황이다. 이에 기업들은 감산에 돌입했다. 포스코가 지난 7월 포항 1제강공장에 이어 이달 19일 1선재공장을 셧다운한 것이 상징적이다.
안소연 기자
김정규 기자
연찬모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